인공지능, 기후변화 모델링에도 쓸 수 있다
어제 아이와 함께 <스파이더맨: 홈커밍>을 보았습니다. 토니 스타크가 만들어준 멋진 스파이더맨 수트를 입은 피터. 수트 내부에서 인공지능 '카렌(아이언맨의 '자비스'에 비해 너무 구수한 이름 아닌가요)'의 목소리가 들리자 아이가 물었어요.
엄마, 피터 지금 누구랑 말하는 거야?
아, 그러니까... 컴퓨터를 사람들이 생각하고 말하는 것처럼 학습시켜서...라고 구구절절 설명하려다가, "응, 저건 시리(Siri) 같은 거야." 하니까 아이는 금세 "아, 그렇구나."하고 화면으로 눈을 돌립니다. 역시 스마트 기기와 내비게이션에 익숙한 요즘 아이들에게는 별로 어려운 개념이 아닌가 봅니다.
기후 예측에도 인공지능이 사용된다고?
이렇듯 우리 삶에 어느덧 익숙해진 인공지능인데요, 얼마 전 흥미로운 기사를 읽었습니다. 기후변화 기사를 읽다 보면 이런 말이 많이 나오죠. "2050년까지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얼마큼 증가할 것이며, 이에 따라 해수면은 몇 m 상승할 것이고, 극단적인 기상 현상은 몇 %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건 대체 어떻게 알 수 있는 걸까요?
변수를 아주 많이 집어넣은 복잡한 컴퓨터 기후 모델을 사용해서 계산합니다. 뿐만 아니라 육지와 바다, 극지방 등 다양한 곳에서 관측한 실제 수치와 인공위성 데이터 등과 대조하여 예전보다 훨씬 더 정확한 모델링이 가능하게 되었지요.
하지만 이러한 모델링도 기본적으로는 미리 정의된 방정식을 사용하는데요, 그 대신 요즘 시시각각 변하는 기후 시스템을 정확히 반영할 수 있도록 인공지능, 특히 머신 러닝(machine learning) 기법을 사용하면 어떨까요? 머신 러닝은 새로운 상황에서 대두되는 여러 패턴에 유동적으로 대처하고 예측할 수 있는 기법이니까요. 안 그래도 최근에 기존 기후 모델링에 머신 러닝을 접목시킨 연구가 주목받고 있다고 합니다 [1, 이 글의 전반적인 내용은 이 기사를 참고했습니다].
기존의 기후 모델의 경우 불변하는 물리 법칙(대기 중 기체의 이동이나 바다의 해수가 움직이는 유체 역학)을 주로 이용하기는 하지만, 그런 법칙을 적용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고 해요. 특히 지표면을 뒤덮고 있는 숲이나 풀에서 야기되는 생물학적 기제는 관측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은데, 기후에는 영향을 많이 미치기 때문에 예측이 부정확할 수 있지요. 기후가 점점 변화함에 따라 예측하지 못한 불확실성이 커지는 것이 이 때문입니다.
인공지능은 대체 뭐가 다르길래
그러면 인공지능은 뭐가 다를까요? 우리가 자주 사용하면서도 인공지능이 실제로 어떻게 사람처럼 사고하고 판단을 내리는지는 참 복잡한데요, 간단히 생각하면 우리 뇌에 있는 '뉴런'처럼 여러 알고리즘을 이용하여 '인공 뉴런'을 만드는 겁니다. 그리고 거기에 데이터를 던져 주면 이를 분류, 분석하며 학습을 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인공위성 이미지를 잔뜩 던져 주고 거기서 구름의 패턴이나 해류의 흐름 같은 걸 분석하게 하고, 과거의 날씨 데이터나 컴퓨터 모델링 결과를 주고 앞으로의 기상 현상을 예측하게 하는 거죠. 이건 오로지 데이터를 통해서 하는 거지, 기존에 미리 방정식을 입력해서 나오는 게 아니라는 데에 기존 기후 모델링 방식과 차이가 있어요. 데이터만 주어지면 어떤 방향으로든 튀어갈 수 있는 유연성과 확장성이 있단 거죠.
하지만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인공지능이니, 머신 러닝이니 화두가 되고 분명 엄청난 발전이 이루어진 것만큼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현 단계에서 정말 완벽하게 사람처럼 '학습하는' 가상의 천재 같은 건 아니란 겁니다. 영화 'HER'에 나오는 사만다(요한슨 님의 매력 줄줄 목소리)처럼 진짜 사람 같은 그런 모습보다는, 차라리 아주 정교하고 구체화된 컴퓨터 알고리즘에 가깝다는 거죠. 기후 모델링에서도 기존 모델링 기법을 대체할 만한 전 지구적 규모가 아직 아니라고 합니다. 실제로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예측값을 배출하려면 좀 더 후속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거예요.
그래서 최근에는 기존 모델링 기법을 대체한다기보다 보완하는 방향으로 (오류를 수정하여 정확도를 높인다거나 연산 시간을 줄인다거나) 연구를 하고 있다고 해요. 두 방식을 혼합하면 보다 정확하고 신뢰도 높은 예측이 가능하지 않을까요?
이 기사에서 소개한 연구에서는 이런 하이브리드 모델을 기존 모델링 방식(Earth System Modelling, ESM) + 인공 뉴런 이용 = 뉴럴 지구 시스템 모델링(Neural Earth System Modelling)이라고 명명했습니다. 아래 그림에서 파란 부분이 기존의 모델링 방식, 노란색이 인공지능을 접목한 기법이에요. 양쪽으로 활용해서 최적의 결과를 도출하면 이상적이겠지요. 파란 부분에는 불변의 물리 법칙이, 노란 부분에는 빅 데이터가 들어갑니다.
아직은 시작이지만, 아마 앞으로 정확한 기후 예측은 점점 더 중요해질 겁니다. 얼마 전 미국 동부를 강타한 태풍 '아이다'가 화제였죠. 맨해튼 지하철이 (안 그래도 지저분한데) 물바다가 된 사진을 보며, 우리 사회의 인프라도 좀 더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겠다 싶었습니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라지만, 발전하는 인공지능 기술이 기후변화 적응과 대책에도 강력한 도구로 사용될 수 있지 않을까요?
*표지 이미지 출처: https://cantinacreative.com/iron-man-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