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과 달라진 나를 발견할 때
우리의 삶은 멀리서 떨어져 보면 제법 고요하게 보입니다.
항상 비슷한 사람들과 비슷한 대화를 나누고, 비슷한 동선을 따라 비슷한 하루를 살아내죠.
그런데 그러다 문득, 내가 요즘 너무 달라졌고 예전의 나 같지 않은 행동을 하는 순간을 발견합니다. 사소한 말에 발끈 화가 치밀어 오르고, 즐겨보던 TV 프로그램에 더는 웃음이 나지 않고, 갑자기 울컥 눈물이 쏟아지기도 합니다.
고요한 내 마음에 정체 모를 파문이 던져지는 이 시점에서, 우리는 강한 위기감을 느낍니다.
삶의 고요함은 안정이자 안전한 울타리와 같았는데, 이 평화를 깨뜨리는 나의 낯선 변화는 나를 해치러 온 '위협적인 칼'처럼 느껴질 확률이 높습니다. '나에게 무슨 문제가 생긴 걸까?', '이러다 정말 이상해지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이 엄습합니다.
하지만 게슈탈트 심리치료의 관점에서 보면, 그 낯선 감정들은 당신을 공격하는 칼이 아닙니다. 오히려 오랫동안 잠겨 있던 방문을 두드리는 '정직한 노크 소리'이자, 당신의 진짜 마음을 알려주는 '진실의 신호탄'입니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나는 원래 차분한 사람이야', '나는 긍정적인 사람이야' 와 같은 '고정된 자기 이미지(Fixed Gestalt)'를 부여합니다. 그리고 그 이미지에 맞지 않는 감정들(분노, 슬픔, 무기력)이 올라오면, 마치 우리 몸에 침입한 바이러스처럼 여기며 억누르고 제거하려 애씁니다.
하지만 그 '울컥하는 마음'은 사실 문제가 아니라, 당신이라는 유기체(Organism)가 보내는 지극히 건강한 자기조절(Self-Regulation) 신호입니다. "주인님, 지금 당신의 중요한 욕구가 무시당하고 있어요!", "더 이상 이렇게는 살 수 없다고요!" 라며 내면의 존재가 필사적으로 보내는 구조 요청인 셈이죠.
그렇다면 이 낯선 손님을 어떻게 맞이해야 할까요?
우리의 상담 과정은 그 낯선 감정들을 '문제'가 아닌 '소중한 손님'으로 대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쫓아내려 하거나 없애려는 대신, 그 손님에게 조용히 묻습니다.
"화나는 마음아, 너는 지금 왜 찾아왔니? 무엇으로부터 나를 지키고 싶었던 거니?"
"가라앉는 마음아, 너는 나에게 무엇을 쉬게 하고 싶었던 거니?"
이렇게 그 감정의 목소리를 가만히 들어주기 시작할 때, 놀라운 변화가 일어납니다. '위협적인 칼' 같았던 감정은 사실 나를 지키기 위해 애쓰던 '충직한 경호원'이었음을, '나를 무너뜨리는 무기력'은 사실 소진된 나를 쉬게 하려던 '어머니의 손길'이었음을 알아차리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억압된 나와 화해하고, 나를 더 온전한 존재로 만들어가는 '게슈탈트 통합의 여정'입니다.
오늘, 문득 '예전 같지 않은 나'를 발견하거든, "너 왜 이래?"라고 다그치지 마세요.
그저 차 한 잔을 내어주듯, "아, 이런 마음이 지금 나에게 찾아왔구나" 하고 잠시 그 존재를 있는 그대로 알아차려 주세요.
그것만으로도 당신의 날 선 칼은 부드러운 열쇠가 될 준비를 시작할 겁니다.
당신의 그 낯선 모습은, 당신을 무너뜨리러 온 파괴자일까요?
어쩌면, 당신을 더 온전한 당신으로 이끌기 위해 찾아온 안내자는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