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병원에 갈까, 심리상담센터에 갈까?

마음 치료는 선호의 문제가 아니다.

글쎄요, 어디서부터 이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까요.

마음에 대한 이야기는 늘 조심스럽습니다. 하나의 정답이 있는 것처럼 말하는 순간, 수많은 다른 마음들이 길을 잃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한번 용기를 내어, 우리가 ‘우울’이라는 경험 앞에서 얼마나 많은 오해를 하고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한 사람에게서 비롯됩니다. 그는 자신이 머무는 환경이 자신을 병들게 한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습니다. 그곳은 독이 되는 관계일 수도, 영혼을 갉아먹는 직장일 수도 있겠죠.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는 그곳을 ‘좋아한다’고, 혹은 ‘떠날 수 없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 환경에 머무는 대가로 ‘우울’이라는 자릿세를 냅니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가장 큰 혼란에 빠집니다. “아니, 힘들면 떠나면 되잖아?” 이 얼마나 간단하고 무책임한 조언인가요. 이 질문은 그 사람이 그 지옥 같은 환경에 머무는 것을 ‘선택’하기까지, 그 안에서 버텨내기 위해 어떤 필사적인 생존 전략을 세워왔는지를 전혀 고려하지 않습니다.


사실 그가 그 환경을 ‘사랑’한 것은 아닐 겁니다. 과거 어느 시점, 더 큰 고통을 피하기 위해, 혹은 살아남기 위해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유일한, 혹은 최선의 ‘창조적 적응’이었을 뿐입니다. 비난이 두려워 침묵을 배웠던 아이처럼, 그는 자신을 파괴하는 환경에 순응하는 방식으로 자신을 지켜왔던 것이죠. 우울이라는 증상은, 이제 그 낡은 생존 전략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당신의 영혼이 질식하고 있다고 보내는 뒤늦은 비명입니다.




자, 그렇다면 우리는 이 비명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이 비명은 우리 삶에 불이 났다고 알려주는 ‘화재경보기’ 소리와 같습니다. 정신이 제대로 박힌 임상가라면, 이 상황에서 ‘경보기를 끄는 것’과 ‘불을 끄는 것’ 중 하나만 고집하지 않을 겁니다. 중요한 것은 지금 내 삶의 불이 얼마나 거세고, 경보기 소리가 얼마나 시끄러운지를 제대로 아는 것입니다.


1. 약물치료가 우선적으로 고려될 때: ‘경보기 소리’ 자체가 재난이 된 상황

어떤 화재 현장은 불길보다 경보기 소리와 자욱한 연기 때문에 더 큰 혼란에 빠집니다. 당장 어디가 문이고 어디가 벽인지조차 구분할 수 없어 패닉에 빠져 주저앉게 되는 상황입니다.


가령, 잠을 전혀 잘 수 없고, 심장이 미친 듯이 뛰어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며, 극심한 불안과 절망감에 압도되어 이성적인 사고 자체가 마비된 상태.


이런 경우에는 불의 근원을 찾기 전에, 당장 이 모든 것을 마비시키는 ‘경보기 소리의 볼륨을 줄이고 연기를 조금 걷어내는 작업(약물치료)’이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합니다. 소방관(상담사)이 불을 끄러 오고 싶어도, 집주인이 패닉에 빠져 문을 열어주지 못하는 상황이니까요. 약물은 이처럼 증상 자체가 너무 압도적이어서 삶을 마비시킬 때, 최소한의 안정을 되찾아 ‘생각’이라는 것을 다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토대를 마련해 줍니다. 이것은 의지의 문제가 아닌, 생존의 문제입니다.


2. 심리상담이 중심이 될 때: ‘불의 근원’을 찾아야 하는 상황

어떤 집은 경보기가 시끄럽게 울리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집 안 어디에선가 계속해서 타는 냄새가 나고, 이따금씩 이유 모를 정전이 일어납니다. 분명 어딘가에서 불씨가 조용히 타오르고 있는 것이죠.


예를 들어, 일상생활은 그럭저럭 가능하지만 만성적인 공허감이나 무의미함에 시달리는 경우. 혹은 연애든 직장이든, 늘 비슷한 패턴의 문제에 부딪히고 상처받는 것을 반복하는 경우.


이런 분들에게는 경보기 소리를 줄이는 것보다, 이 타는 냄새의 근원, 즉 ‘보이지 않는 불씨(마음의 문제)’를 찾아내는 작업이 중심이 됩니다. 전문적인 화재 감식가(상담사)와 함께 벽을 두드려보고, 낡은 전선을 점검하며, ‘왜 우리 집은 유독 화재에 취약한가’를 탐색하는 ‘근본 원인 조사(심리상담)’가 필요합니다. 이 여정은 자신의 내면을 깊이 탐험하며, 반복되는 문제의 패턴을 이해하고, 다시는 불이 나지 않도록 삶의 방식을 재설계하는, 깊고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것입니다.




사실 대부분의 경우는 위 두 가지의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집 안에서는 꽤 큰 불이 나고 있고(마음의 문제), 그로 인해 경보기는 정신없이 울려대고 연기가 자욱한(증상: 불면, 자살사고 등) 상황입니다.


그래서 가장 효과적인 대처법으로 ‘약물치료와 심리상담의 병행’이 꼽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치입니다. 소방관이 화재 현장에 도착했을 때, 한 팀은 경보기 소리를 줄이고 연기를 빼내는 작업을 하고(약물), 다른 한 팀은 그 사이에 화재의 중심부로 진입해 불을 끄는(상담) 것과 같습니다. 약물이 확보해 준 최소한의 안정감과 명료함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고통스럽지만 꼭 필요한 자기 탐색과 변화의 과정을 버텨낼 힘을 얻습니다.


결국 치료의 목표는 경보기 소리를 못 듣는 것이 아닙니다. 약의 도움으로 잠시 패닉에서 벗어나고, 상담의 도움으로 불이 왜 시작되었는지를 깨닫는 것입니다. 그 위험한 환경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던 나의 오랜 마음을 이해하고, 더 이상 그런 방식으로 나를 지키지 않아도 괜찮다고 다독여주는 것입니다.


당신의 집에는 지금 당장 경보기 소리를 줄이는 작업이 필요한가요, 아니면 불의 근원을 찾는 탐색이 필요한가요. 어쩌면 둘 다일지도 모릅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이 더 우월하냐가 아니라, ‘지금 나에게 무엇이 필요한가’를 정직하게 묻는 것입니다. 그 질문 앞에서, 우리는 비로소 안전하고 평화로운 우리 집을 되찾는, 진정한 의미의 진화를 시작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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