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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식적으로 '이 생각' 하면서 출근하고 있다면?

돈벌이와 행복에 관한 소고(小考)

돈벌이라는 거 있잖습니까.

심리상담을 하다보면 정말 자주 나오는 주제 입니다.


먹고 살기 위해 돈은 벌어야겠고, 하지만 이 일이 즐겁지는 않고.

그렇다고 그만 두기엔 생존이 위협받고, 생존하자니 마음은 괴로운 그 상황.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이런 딜레마에 다다릅니다. 뭐가 답일까요?




제가 방금 이 진퇴양난의 고민을 '딜레마'라고 불렀습니다. 두 가지 이상의 선택지가 있는데, 그중 어떤 것을 선택해도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가 나오는 상황을 말합니다.


딜레마가 인간을 괴롭게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우리의 의지로 '최선'이 아닌 '차악'을 선택하고, 그로 인한 부정적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어려운 문제를 푸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고통을 유발하죠.


딜레마는 우리 뇌에 과부하를 일으킵니다. 우리의 뇌, 특히 이성을 관장하는 전두엽은 본능적으로 최적의 해답을 찾고, 손실을 피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딜레마 상황에서는 '정답'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A를 선택해도 손실이 발생하고, B를 선택해도 손실이 발생합니다. 뇌는 정답 없는 문제 앞에서 효율적인 연산을 멈추고, 두 개의 나쁜 결과 사이를 오가며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이 상태가 바로 '인지 부조화(Cognitive Dissonance)'입니다. 자신의 결정이 필연적으로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모순을 견디는 것 자체가 정신적인 고통입니다.


결국 '나를 고통스럽게 하는 선택'을 스스로 해야 한다는 그 상황적 요구가 딜레마의 본질입니다.




나에게 형벌을 내리는 집행관이 바로 내가 된다는 건 얼마나 큰 고통일까요. 외부에서 닥친 불행이라면 운명이나 세상을 탓할 수 있지만, 이것은 나의 자유의지가 나에게 내리는 형벌처럼 느껴집니다.


스스로의 자유의지에 의해서 내린 선택이 온전히 자신의 책임으로 다가오는 것입니다.


책임이란 단어는 무겁습니다. 미래의 예상을 담고 있는 단어이기 때문 입니다.


그렇다면 이 잔인한 선택과 책임의 무게 앞에서 우리는 속수무책으로 무너져야만 할까요? 여기서 우리는 질문의 방향을 조금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무엇을 선택할까?'가 아니라, '고통의 진짜 정체는 무엇인가?'를 들여다보는 것입니다. 우리를 진정으로 괴롭게 하는 것은 '싫어하는 일을 하는 행위' 그 자체가 아닐 수 있습니다. 우리를 무너뜨리는 것은, 이 고통스러운 상황이 앞으로도 영원히 반복될 것이라는 '암담한 미래에 대한 상상'입니다.


이 무기력한 풍경이 내일도, 1년 뒤에도, 10년 뒤에도 계속될 것이라는 생각의 감옥에 갇히는 순간, 현재의 고통은 몇 배로 증폭됩니다.




여기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저항은, 미래를 향해 있던 시선을 바로 지금, '현재'로 가져오는 것입니다. 생각의 스위치를 잠시 끄고, 지금 이 순간의 '감각'을 켜는 것이죠. 잠시 미래에 대한 걱정을 멈추고 당신의 손에 닿는 찻잔의 온기, 귓가에 들리는 컴퓨터의 소음,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의 색을 온전히 느껴보십시오. 그 감각 속에는 '영원히 고통받을 나'는 없습니다. 오직 '지금 숨 쉬고 있는 나'만이 존재합니다.


그렇다고 미래에 대해 아예 손 놓으라는 말이 아닙니다.


결국 이 딜레마의 답은 '일을 그만둔다' 또는 '계속 다닌다'는 거대한 선택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진짜 답은 그 어떤 상황 속에서도 '현재를 살아낼 힘'을 되찾는 것입니다.

현재 실재하는 고통의 크기보다, 머리 속으로 예상한 미래가 고통의 크기가 훨씬 더 큽니다.

그래서 미래에 관한 생각에 빠지는 순간, 현제 살아있음의 감각이 압도되어 죽습니다.

그 결과가 바로 무기력이자 우울입니다.




우리의 자유의지는 미래의 두 가지 고통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저주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 자유의지의 진짜 힘은, 어떤 미래를 상상하든 결국 우리의 발이 딛고 있는 '현재'로 돌아와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능력에 있습니다. 미래를 바꾸는 거대한 한 방이 아니라, 현재를 채우는 이 작은 조각들이야말로 이 끝없는 딜레마 속에서 우리 자신을 지켜내는 유일한 방법일 것입니다.




- 2025년 9월 15일 저녁 8시, 대치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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