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상심리사 윤제학 Sep 15. 2022

정신질환에 대처하는 당신에 대한 이야기 (1)

첫 번째, 생각하지 않기 

바로 병원에 가지는 않는다.


심리 상담센터는 물론이다.


우리는 익숙한 대로 낯선 경험을 기꺼이 받아들이지 않는다.

정신질환 또한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우리는 스스로를 아프게 했다.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후회되는 행동들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생각하지 않기
; 잊자, 잊어.


 우리는 갑자기 짜증이 나거나 우울해질 때와 같이 부정적인 감정이나 좋지 않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러한 감정은 나로 하여금 부정적인 세계를 만들게 한다. 


모든 환경과 자극들이 나의 감정과 같은 맥락에서 해석되어, 평소에 아무렇지 않았던 것들도 짜증이 나거나 거슬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당연히 그 어떤 것에도 흥미조차 생기지 않으니, 이는 무기력과 자기 비난, 우울감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이에 대해 저항한다. 

이미 수 없이 같은 패턴으로 감정에게 당해왔던 우리이기에 

부정적인 감정에 침몰당하지 않기 위해 무진장 애를 쓴다. 






그 첫 번째 방법은 바로 생각하지 않기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너무 짜증 나는 일이다. 

그 사람은 어떻게 인간의 탈을 쓰고서, 응당 인간 된 도리로 해야 할 행동을 하지 않았던 걸까?


혹은 

내가 왜 그런 실수를 또 했는지, 나라는 인간은 도대체가 애초에 틀려먹은 건가 태생이 잘못되었나 싶다. 

남들은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는 것조차 나는 왜 이리도 힘이 들까? 나는 진짜 안 되는 걸까?



 생각만 해도 왈칵 짜증이 나는 것들이 있다. 



그 폭풍이 끝나면 2차로 자기 비난과 세상에 대한 환멸감, 우울, 무망 한 감정들이 밀려온다. 

이러한 감정과 생각의 고리를 막기 위해서는 애초에 생각을 끊어내야 한다. 

자꾸 생각하면 할수록 더 열받으니까!



자 이제 생각하지 말자-라고 마음먹는다. 

그러나 곧 그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음을 직감한다. 잊으려 하면 잊으려 할수록 더 생각나고 감정은 더욱 깊어진다. 잊는 것조차 제대로 못하는 내가 더 한심해 보이는 건 보너스다.

 





우리의 뇌는 신기하게도 부정문을 인식하지 못한다. 


 코끼리 역설을 아는가? 
여기에서 말하는 코끼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바로 그 코끼리다.
길고 주름진 코, 바람을 일으킬 만큼 큰 귀, 두꺼운 피부, 무게감이 느껴지는 거친 촉감과 크기를 가진 코끼리가 떠오른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코끼리를 생각하지 않도록 해보자. 최대한 노력해보라.    


우리의 뇌는 부정이란 개념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한다. 


때문에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며 

이렇게 생각은 내 마음대로 통제되지 않는다. 

오히려 더 생각난다. 




사실 통제되지 않는 생각은 코끼리뿐만이 아니다. 

떠올리고 싶지 않은 과거의 상처받았던 기억, 수치스러웠던 사건들, 

생각만 해도 진저리 나는 사람 등 문득문득 머릿속을 침습하여 우리를 힘들게 한다. 

생각은 이렇게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제멋대로 움직인다. 감정 또한 그렇다. 

화가 나거나 우울한 기분, 이러한 기분들은 쉽사리 없어지지 않는다. 

화를 그만 내려고 노력한다고 해서, 그만 우울하겠다고 마음먹는다고 해도 그것은 쉽지 않다.    


생각과 기분은 우리가 머릿속에서 지우려 해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 효과가 없는 전략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생각과 기분에 더 깊이 빠져들었다.




분명히 내 생각이라고 생각했는데...
분명히 내 기분이라고 생각했는데...


꽉 쥐려고 하면 할수록 더 빨리 빠져나가는 모래와 같았다.
매거진의 이전글 당신이 정신질환을 벗어나기 위해 했던 것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