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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이 뭐 어때서요?"

정신질환, 단어가 가진 메케한 냄새


'정신질환'이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메스미디어에서 정신질환을 접하는 경우는 정신질환자가 살인사건을 저질렀다거나 정신질환이 있어 성폭행 처벌에 대한 심신 미약을 주장했다거나 하는 매우 자극적인 정보인 경우가 많다.

또한 정신질환과 연관해서 범죄가 아니더라도 자살을 한다거나 사회적인 관계에서 철수하고 홀로 칩거를 하는 등 은둔형 외톨이와 같은 사회 부적응적인 이미지를 보거나 듣게 된다.


일상에서도 그렇다.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에서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내뱉고 있는 사람이나 외적으로 위생관리가 되지 않은 사람들을 보며 정신질환자라고 추측하고 피하게 된다.




우리는 이렇게 가끔 보는 뉴스와 정보에 영향을 받아 정신질환이란 단어에 대한 도식을 형성하게 된다.

우리는 그래서 정신질환이라고 하면 꽤나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지인, 혹은 가족이 정신질환이라고 상상하면 상당히 공포스러운 상황이라 생각하게 될 것이다.



하물며 자신은 어떠한가?


자신이 정신질환자라는 생각은 하기도 어려우며 자신이 정신질환자의 범위에 속한다는 사실은 상당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과제일 것이다.

당신이 차별주의자와 같이 도덕성이 부족하다는 탓을 하거나, 이 모든 편견이 언론 때문이라고 직결시키기에는 이 이야기는 꽤나 복잡한 이야기다.



중요한 점은
우리 스스로가 정신질환에 대해
매우 편협하고 방어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태도는 우리의 정신적인 고통을 억압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우리가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을 때 정신질환으로 연결하기 어렵게 만들고 자신의 정신적 어려움을 외적인 환경 탓이나 인격적인 탓으로 돌리기에 우리는 이것을 정신질환이라고 인정하지 못하며 혹여나 잠시 의심한다 하더라도 부정해버리는 결과를 가져다준다.


이것은 생각보다 커다란 문제를 불러일으킨다.


자신이 아파도 아프다고 말하지 못하게 하며, 오히려 자신을 채찍질하게 된다. 그 사이 병은 심각해지며,


자신 스스로가 방치하는 사람이며, 동시에 방치되는 사람이다.






그녀의 이야기

32세의 미현 씨는 직장 생활 도중 직장 상사와 마찰이 있었다.

그녀는 온종일 그 사건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깨어있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도저히 해결하기 어려울 것 같은 그 문제 때문에 절망감을 느꼈으며 우울한 기분을 느끼고 일에도 집중할 수 없었으며 밤에는 잠들기 어려웠다. 새벽에 겨우 눈을 붙였으나, 그 마저 자다 깨다를 반복 하며 피곤한 상태로 출근을 했다. 당연히 회사 일에 집중할 수 없었다.


그녀는 무엇이라 말할 수 없는 불편한 감정과 혼란스러운 머릿속 생각들로 인해 직장생활은 물론이고 일상생활 전반에서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이러한 어려움은 점점 커졌다. 회사에서 업무실수가 잦아지게 되었으며, 어떤 것에도 집중하기 어려운 탓에 다른 사람의 말을 놓치는 경우가 빈번했다. 실수는 그 사람의 비난거리가 되었으며 질책은 이어졌다. 스스로도 실수하는 자신의 모습에 대해 답답하고 화가 났고 자기 스스로 못난 인간이라며 비난하기 시작했다.


예전과는 판이하게 다른 자신의 모습과 현실에 그녀는 인터넷에서 자신의 증상들을 검색해보았고 자신이 혹시 우울증이 아닌가 의심을 했다. 하지만 정신과 병원을 가거나 상담을 받으려고 생각해보면, 스스로가 낙오자로 전락하는 기분이었고 남들의 눈치가 신경 쓰여 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았다.


이러한 생각에 괴롭거나 마음이 허할 때, 가끔 술을 마시게 되었다. 취기가 돌아 몽롱한 기분이 들기 시작할 때면, 현실의 고통이 뚜렷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는 술을 습관적으로 마시기 시작했으며 나중에는 술이 없으면 도저히 우울해 견딜 수 없거나, 술 없이는 전혀 잠에 들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 사람은 어떠한 원인 사건으로 인해 우울증의 초기 증상을 경험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자신을 스스로 우울한 사람이라고 칭하기 어려웠으며, 그것을 병이라 인정하기 어려웠다.

누군가는 진지하게 병원 치료나 상담을 받아보라 권하였으나, 그것을 실제로 실행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시간을 내어 치료를 받는 것은 물론이고 직장에 어떤 이유를 대고 가야 하는지 도저히 생각이 나지 않았다.

더군다나 혹시 주변 사람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그건 더 끔찍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자신의 고통은 자신의 마음이 약하기 때문이며, 그렇기에 병이라고 인정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우리들의 자존심 때문에 병을 인정하지 못하고 더욱 키운다.

우리는 감기에 걸렸을 때, "내가 감기에 걸릴 정도로 이렇게 나약하다니!" 같은 한탄은 하지 않는다.


그런데 왜 정신질환만은 받아들이지 못할까?

정신질환은 마음의 감기라 치부할 만큼 가벼운 것도 아니다. 하지만 낙인 같은 꼬리표를 달 것도 아니다.


도망친 곳에는 낙원이 없다고 했던가.



정신질환을 피해 도망친 사이, 당신은 더욱 죽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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