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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 "왜 치료를 안 해?"

사회적인 눈치와 지식의 부족

1. 남들의 눈치

그랬다.

과거에는 정신병원에 언덕 위의 하얀 집이라고 불리고 심리상담 또한 문제가 있는 사람들만 끌려가다 시피하여 받는 것이라는 인식이 횡횡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요즘에는 과거에 비해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이 많이 나아진 편이다. 그래서 일반인들 또한 우울증이라던가 스트레스에 대해 치료와 심리상담이 필요하다는 것을 어느 정도는 아는 편이다.


다만, 본인이 실제로 치료를 받으려 할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타인을 두고서는 충분히 치료가 필요한 것이며 정신과 약물 또한 필요한 것이라 말하지만 자신의 일이 된다면 그러한 것들이 동일하게 생각되지 않는듯하다.


당연하다. 여전히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자신의 경우가 됐을 때 여실히 드러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한국에서 우울증 환자는 성인 인구의 36.8%로 주변 10명 중 4명은 우울증을 겪는다는 충격적인 결론이 나온다.


더욱이 우울증을 진단받은 사람에게 자신이 우울증인지 알았냐고 물었더니 70%만이 인지했다고 답 했다.


30%의 사람들은 우울증의 제증상인 수면장애, 식욕저하, 심계항진, 소화장애 등을 병으로 생각하고 관련 검사를 반복적으로 받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떠한가? 지금은 책에서 눈을 떼고 자신을 바라봐야 할 때다.




아울러 증상이 눈에 띄게 특이하고 일상생활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조현병과 같은 정신증도 진단을 받거나 치료를 받지 않고 방치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정신병은 우리의 일상에 너무 과도하게 부정적인 이미지로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누구에게든 정신병을 꼬리표를 붙이려 들지 않는다.


자신을 물론이거니와 가족에게도 당연하다.


그렇기에 부모들은 자녀들의 자녀의 정신적 고통을 애써 외면한다. 아직 정신을 못차려서 그렇다거나, 어릴 때 부터 마음이 약해서 그렇지 마음만 다잡으면 괜찮아질 거라는 식이다.


그렇게 치료 시기를 놓치고 끝내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





2. 정신질환에 대한 지식 부족


정신질환은 개인의 의지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며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 나아진다든가 정신과 약물을 먹으면 잠이 쏟아진다거나 약을 끊기 어려워지고 스스로의 자제력이 줄어들어 약에 의지하게 된다는 등의 확인되지 않은 뜬 소문들이 횡횡하며 사람들은 그것을 믿게 된다.


사람들이 극단적인 사이비 종교나 비과학적인 것들에 집착할 때가 언제인지 아는가?


마음이 약해졌을 때다.


그런 경우에는 인간의 내부에서는 비상발령을 내린다. 최대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조심성을 발휘하며 어떠한 정보도 허투루 흘리지 않는다. 그 작은 정보가 자신을 살릴 수 도 있는 절체절명을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 틈을 타, 소위 '카더라' 정보가 우리의 마음 속에 아주 중요한 정보로 자리잡아 우리를 흔든다.


정신과 약물이 나를 조종한다면 마치 내가 마약 중독자라도 될 것 같은 모습이 떠올라 공포스러워 진다.

또 혹시나, 영화에서 본 것 처럼 수용병동에 온 몸이 꽁꽁 묶이는 건 아닌지, 정신병원은 무섭다.


그 무서운 곳은 가기는 커녕 상상만으로도 몸서리가 쳐진다. 그리고 내가 마음만 다잡아 먹는다면 이건 혼자서도 해결할 수 있는 문제 같다. 굳이 위험을 부담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생각해보면, 내가 이렇게 심리적으로 힘들어 진 이유를 나는 알고 있다. 나 스스로 해결 할 수 있다. 나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내가 제일 잘 안다.


그렇게 나를 다독인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나의 정신질환 편을 들어주고 있다.

나라는 인간에게서 영원히 살 수 있도록 나 스스로를 설득하는 듯 하다.


신체 중 일부가 아프거나 불구가 되어도 불편하지만 그래도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마음이 아프거나 불구가 된다면, 우리의 신체 전부가 건강하더라도 그것은 모두 무용지물이다.


나의 전신은 바로 정신이기 때문이다. 팔, 다리가 없어진다고 해도 나는 나라고 할 수 있지만 정신이 없어진다면 그것을 과연 나라고 할 수 있을까? 마음이 무너졌을 때 신체의 건강과 불건강은 의미가 없어진다.


정신질환에 대한 뜬소문은 마음이 약해진 우리를 파고든다. 마음이 건강하지 못할 때는 합리적이거나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 그렇기에 우리는 다른 질병보다 유독 정신질환에 대해 취약한 것이다.




우리는 외적으로 보기에 합리적이든 아니든, 선이든 악이든, 도덕적이든 비도덕적이든,

우리의 마음은 어떤 식으로든 스스로를 지키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렇기에 몸과 마음이 살 수만 있다면, 어떤 것이든 가리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가 정신질환에 대해서 내리는 모든 판단은 어쩌면 정상적인 생존욕구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

다만 그것이 너무 일시적인 안녕을 위해 장기적인 안위를 무시하는 효과를 발생시켜 나를 해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 문제점이다.




우리가 정신질환을 남들에게 알리지 못하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수치심에서 멀어지기 위함이며, 이로써 자신의 자존감을 지켜 사회적인 장면에서 적응적으로 활동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이런 단기적인 마음의 욕구를 따른다면, 장기적으로는 병을 방치하게 되며,


사회적으로 적절한 적응을 원했던 본래의 욕구와는 다르게

사회 생활을 할 수 없는 수준까지 병을 키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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