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프가 다른 젊은 남자와 다른 방에서 희희닥 거리고 있고 나는 설거지를 하는데 기분 같아서는
다 엎어 버리고 당장 그 방에 뛰어 들어가 와이프를 데리고 나오고 싶었지만 참기로 했다. 와이프가 측은하고
불쌍해 보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이 어려운 시기에 두 남자 치닥 거리며 그들을 먹여 살리려고 노력하는 와이프에게 시기 질투를
하는 것은 심하다는 생각이 억누르고 있기 때문 이기도 하고 애처로움이 눈에 보여서 이기도 하다.
와이프도 이십 년 넘게 살았던 나이 많은 나보다 훨씬 어린 젊은 놈과 한번뿐인 생을 즐기고 싶을 거라는 욕망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도 가끔 한 집에서 와이프가 두 명 이어서 이방 저 방 다니면서 희희닥 거리며 남은 인생을 즐기면서 살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이 목구멍까지 올라 찰 무렵
와이프가 큰소리로
"이 놈팡이 신랑아. 해가 중천이여. 일어나서 막내아들 데리고 놀이터나 가"
퍼뜩 눈을 뜨니 꿈이었다.
일요일 아침 세상모르게 쿨쿨 자는 내가 한심하여 큰소리치는 것이었다.
와이프가 두 남편을 데리고 함께 사는 꿈을 꾸는데 그 생생한 기분이 표현을 못할 정도로 혼란스러웠다.
평소 작은 방 안에서도 와이프에 대한 존재감이 없을 정도로 신경 쓰지 않았는데 비록 꿈이었지만 막상 다른 놈에게 가는 와이프를 보니 내 모든 것을 잃은 듯 허무하고 후회스럽고 절망스러웠다.
어쩌다 자동차를 타고 시내를 다니다가 젊고 예쁜 아가씨들을 힐끗힐끗 보거나 적색신호 때문에 횡단보도 앞에 정차하다 젊고 예쁜 아가씨들이 지나가는 것을 보고 별의별 상상을 하곤 했는데 그래서 였을까 오히려 악몽을 꾸게 되었다는 게 어이없었다. 흔히 남자들 군 제대하고 재 입대하라는 영장이 나오는 악몽을 꾼다는데 재 입대는 그야말로 가벼운 단꿈이고 와이프에게 나 말고 남편이 또 한 명이 있다는 꿈보다 더한 악몽이 남자들에게 있을까 싶다. 어린 아들 손을 잡고 놀이터에 가는 도중 혼자 얼마나 실없이 웃었는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