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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유정 Jul 17. 2024

경제를 이야기하는데 사람이 보이는 기발한 경제 수업

<  10대를 위한 기발한 경제 수업 - 태지원 >

토론수업에서 경제 관련 주제를 다룰 때, 청소년을 대상으로 경제를 쉽게 설명한 도서를 골라 읽히곤 한다. 주요 경제 용어를 중심으로 설명하거나 경제학자들의 이론을 역사 순으로 나열한 책이 대부분이다. 청소년들의 실생활과 밀접한 질문을 던지고 그 안에 담긴 경제 개념들에 기초해 답하는 형식의 책도 보았다. 쉬운 말로 풀이해 이해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지만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청소년들에게 경제가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질까? 먼 미래의 일이라거나 자신과는 상관없는 문제라고 여기지 않을까?


이런 고민은 나만 한 게 아니었는지, 가려운 곳을 확실하게 긁어주는 기발한 책이 나왔다. <10대를 위한 기발한 경제 수업> 제목부터 기발하다. '44가지 기념일로 키우는 경제 문해력'이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달력에서 발견할 수 있는 '기'념일에서 '발'견'한' 경제, 역사, 문화 이야기를 전하는 책이다.


이 책은 크게 세 가지 점에서 기발하다.

첫째, 우리의 삶 면면이 경제와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해 주는 점이 기발하다.

유엔환경회의에서 채택한 '지속 가능한 발전'은 미래 세대가 그들의 필요를 충족할 수 있는 능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현재 세대의 필요를 충족하는 발전을 말한다. 그 안에는 빈곤 퇴치, 기아 해결, 양성평등, 기후 변화, 생태계 보전, 법과 정의 등 17가지의 목표가 있다. 사회 전반에 걸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해야 미래 세대가 우리가 누렸던 만큼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기념일과 그 안에 담긴 경제적 요소는 지속가능한 발전과 맥이 닿아있다. '세계 물의 날'에서 희소성과 빈부격차를, '세계 공정 무역의 날'에서 개발도상국에게 불공정한 무역의 현실을, '자원 순환의 날'에서 순환 경제의 가치를, '세계 식량의 날'에서 남아도는 식량과 기아의 문제를 이야기한다. 사회 전반에 닥친 위기는 경제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소개한다. 이 책을 읽은 청소년이라면 우리가 숨 쉬고 먹고 입고 마시는 모든 것이 경제와 관련 있다는 것, 그래서 경제를 공부하는 것이 곧 세상을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첫걸음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둘째, 구체적인 실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안내를 해주는 점이 기발하다.

"알면서 실천하지 않는 것은 참된 앎이 아니다." 퇴계 이황의 말이다. 어떤 분야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일 때가 많다. 알면서도 행동하지 않는 비겁함을 보이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대부분은, 문제점은 알겠는데 뭘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서 실천하지 못한다. 이에 저자는 기념일마다 실천할 수 있는 작은 행동 지침을 알려준다.


'상공의 날'에는 프랜차이즈가 아닌 동네 작은 가게나 슈퍼에서 상품 구매하기. '국제 행복의 날'에는 주변과 행복을 나눌 수 있는 작은 기부 실천해 보기. '국민 안전의 날'에는 주변의 위험 시설물이나 도로가 있는지 살펴보고, 있을 경우 안전신문고 홈페이지나 앱에 신고하기. '세계 아동 노동 반대의 날'에는 개발 도상국의 아동들의 노동 현실을 알리는 글을 작성하여 SNS에 올리기.

청소년이 일상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일들을 제안함으로써 아는 만큼 행동하면 세상은 바뀔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과거 노예제도 폐지를 외쳤던 시민들의 행동으로 노예무역이 금지되었던 것처럼 말이다.

사람들은 사람의 생명보다 경제적 이득에 눈이 먼 인간의 잔혹함에 분노했어요. 노예무역을 금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영국에서는 '서인도 제도의 노예들이 생산한 설탕을 사지 않는다'는 불매 운동이 벌어졌어요.(P47)



셋째, 기념일을 통해 우리의 매일을 의미 있게 만들어 주는 점이 가장 기발하다.

이 책의 큰 구성은 사계다.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누고 그 안에 있는 기념일들을 월별로 소개한다. 기념일이 생기게 된 배경, 그 안에 담긴 역사적 사건과 진실, 가슴 아픈 사연, 우리가 잊고 지낸 이야기를 끄집어낸다. 인류가 했던 과오를 드러내고 소외된 존재를 상기시킨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이날을 잊지 말자고 외치는 것 같다.

책을 덮을 즈음이면 오늘 하루가 소중해진다. 우리가 지금 누리는 것들은 누군가의 희생 덕분이라는 것에 감사하게 된다.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어느 하루도 의미 없는 날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달력에서 보는 하루하루, 눈앞에 펼쳐진 모든 일이 나와 연관되어 있다고 여길 때, 비로소 행동으로 이어진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처럼 사라지는 생물종을 나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것으로 여길 때 비로소 아끼고 가꾸는 행동으로 이어집니다. 이 덕분에 공유지의 비극을 막을 수 있는 것이지요. (P92)



마르크스는 "하부구조가 상부구조를 결정한다."라고 말했다. 정치, 문화, 종교, 제도 등을 이해하려면 밑바탕이 되는 경제 구조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경제 = 돈'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고 '돈'은 부정적이라는 편견을 갖고 있다. 누구나 많이 갖고 싶어 하면서도 맹목적으로 추구하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금융이나 경제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공부하지 않는 이유는 그 때문일 것이다.


세상이 바뀌기를 바라면, 그래서 나의 삶이 바뀌고 조금 더 행복해지기를 바란다면 경제를 공부해야 한다. 주식이나 가상화폐로 돈 버는 방법 이전에 경제와 세상이 어떻게 맞물려 돌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이해가 먼저다. 저자가 들려주는 기발한 경제 수업을 들을 청소년들은 분명 지금보다 더 세상을 보는 넓은 시야를 갖게 될 것이고 자신과 세상 모두를 이롭게 하는 데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저자의 따스한 시선을 따라가다 보니 경제만 잘 공부하면 세상이 따스하게 바뀔 것 같다. 경제 이야기를 하는데 사람이 보이고 희망이 생긴다니, 다시 봐도 참 기발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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