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늘봄유정 Dec 15. 2019

D-100 프로젝트 < D-14 >

< 다음 생에? >


"남은 인생에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빼고 있다! 이번에 실패하면 이젠 안 하려고!"

얼마 전, 장례식장에서 오래간만에 만난 동기와 후배는 몰라보게 핼쑥해진 모습이었다. 둘 다 10kg 이상씩을 감량했다고...

동기는 '3 white'를 피하는 방법을 강조했다. 흰 설탕, 흰쌀밥, 흰 밀가루를 절대 먹지 않으며 하루에 두 끼만 챙겨 먹고 틈틈이 산을 오른다고 했다.

100kg에 육박하던 후배는 대학시절 몸무게인 70kg을 목표로 식사량 조절과 운동을 병행하고 있단다.

남은 인생에 마지막이라...


나도 그런 각오로 결혼 후 세 번이나 다이어트를 했었지...

결혼 전에도 날씬하지는 않았지만 두 번의 출산을 거치며 인생 최대 몸무게를 찍었다. 다이어트에 대한 욕구는 있지만 그것이 열망 내지는 절박함으로까지 이어지지 않는 것이 늘 문제였다. 그러려면 항상 충격과 자극이 필요했다.


첫 번째 자극은 큰아이가 6살 때, 유치원 엄마 참여 수업을 앞둔 시점이었다.

"엄마, 며칠 있으면 우리 유치원 엄마 참여 수업 있는데... 그날 숨 쉬지 말고 있어!"

"왜?"

"그러면 배가 좀 들어가 보이잖아!"

"......" 할 말이 없었다.

그날로 새벽 5시에 일어나  1시간, 밤 11시에 1시간씩을 걸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줄 알았던 아이의 말, 뚱뚱한 엄마를 창피해하는 그 한마디가 자극이 되었다. 엄마 참여수업 때는 당연히 그 몸뚱이 그대로 갈 수밖에 없었지만 2달여 만에 10kg을 감량했다. 여전히 날씬하지는 않았지만 스스로 만족할 만한 결과였기에 거기서 멈췄다. 운동도, 식이요법도...


그로부터 4년 후, 야금야금 살이 붙어 다시 'before'가 되었다.

그때가 치킨집을 하던 시기라  야식도 자주 먹었고 몸이 힘드니 자주 부었다. 부기는 바로 살이 되었다. 살이 찌니 더 힘들어지고 더 붓고... 아침에 퉁퉁 부은 손을 보면서 다이어트를 결심했다. 마침 간헐적 단식이 화제가 되던 때였다. 하루에 16시간을 공복 상태로 있고 8시간 동안만 식사를 했다.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물 외에 식사를 하지 않았다. 9시부터 5시까지는 실컷까지는 아니어도 원하는 것을 맘껏 먹었다. 그렇게 해서 10kg을 감량했다.


사람은 그렇게 쉽게 변하지 않는다. 식습관을 비롯한 생활습관 역시... 워낙 먹는 것을 좋아하고 규칙적으로 식사를 하지 않다 보니 또 몇 년에 걸쳐 살이 찌기 시작했다. 살이 빠질 때마다 그 몸에 맞춰 장만했던 옷들이 버거워지기 시작했고 사진을 찍어도 너무 투실투실한 모습이 싫었다. 그래서 다시 3번째 다이어트에 돌입. 이번엔 한약다이어트였다.

다이어트용 한약은 신기하게도 먹고 싶은 욕망을 사라지게 했다. 입맛도 없고 입이 바짝바짝 마르니 물을 많이 마시게 됐다. 온몸에 약한 전기가 흐르는 듯 찌릿찌릿했고 약간의 두통이 있었지만 그 정도쯤이야 했다. 이번에도 역시 2달 동안 10kg을 감량했다. 돈 들여 뺐으니 조금은 더 오랫동안 유지해야 했지만, 이번에도 역시 슬금슬금 살이 차올랐다. 그래서 지금의 몸이 되었다...


늘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다이어트를 감행했었다.

다이어트를 하는 동안에는 '아는 맛이니 참자!'가 되지만 평상시에는 '아는 맛이라 더 못 참겠다!'가 된다.

다이어트 기간 중에는 살 빠지는 즐거움, 체중계에 올라가는 즐거움만 생각나지만 평상시에는 먹는 즐거움을 놓고 싶지 않다.

살을 빼는 이유가, '내가 갑자기 쓰러졌을 때 누군가가 날 업고 뛸 수 있도록...'이었다면, 살을 빼지 않는 이유는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곱다'를 실천하기 위함이랄까...


쇼핑을 하다 예쁜 옷을 발견하고 관심을 보이면 남편이 내 소매를 잡고 저지하면서 한마디 한다.

"다음 생에 입어~~ 이번 생에는 연애도 했고, 결혼도 했는데 살은 뭘 빼~~"

살을 빼는 게 누군가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가 아니라고, 내 건강과 자기만족을 위해서라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싶지만 사실 타인들에게 잘 보이고 싶은 욕구가 더 강하다는 것을 부정할 수가 없다.

산에 열심히 다니며 운동을 하는 지인은 이렇게 날카롭게 한마디 하셨다.

"살 빼는 거 그거... 굉장히 단순한 거 아니에요? Input 보다 Output이 더 많으면 되는 거잖아요!"

아니라고, 나는 Input이 많지 않지만 대사가 원활하지 못해 살이 찌는 특이한 체질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아주 찌질해 보일뿐이다.


여전히 살은 빼고 싶다. 이번 생에 마지막이생각하며...

작가의 이전글 D-100 프로젝트 < D-15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