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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유정 Dec 16. 2019

D-100 프로젝트 < D-13 >

< 별일 있이 산다 >

                              

니가 깜짝 놀랄만한  얘기를 들려주마
아마 절대로 기쁘게  듣지는 못할거다
뭐냐하면 나는
별일 없이 산다 뭐 별다른 걱정 없다
나는 별일 없이 산다 이렇다 할 고민 없다
니가 들으면 십중팔구 불쾌해질
 얘기를 들려주마
오늘 밤 절대로 두다리  쭉뻗고
잠들진 못할거다
그게 뭐냐면
나는 별일 없이 산다 뭐 별다른 걱정 없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별일 없이 산다>라는 곡이다.

"사람들은 상대방에게 뭔가 걱정거리가 있어야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하면서 안도한다."는 장기하의 어머님 말씀을 듣고 만든 곡이라는 설이 있다.

별일 없이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이며, 별다른 걱정 없는 것이 얼마나 요원하면서도 궁극의 목표인지를 담백하게, 무미건조하게, 그래서 더 절절하게 와 닿는 노래다.

100일 종료를 10여 일 앞둔 지금, 인생에서 가장 별일이 많은 100일을 보냈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불현듯 이 곡이 떠올랐다. 그러면서, 약간의 개사가 하고 싶어 졌다. 장기하의 어머니가 하신 말씀에 부합하게...


니가 깜짝 놀랄만한 얘기를 들려주마
아마 절대고 기쁨을 숨기지 못할거다
뭐냐하면 나는
별일 있이 산다 뭐 걱정이 천지삐깔
나는 별일 있이 산다 사방이 다 고민이다
니가 들으면 십중팔구 유쾌해질
얘기를 들려주마
오늘 밤 분명히 두다리  쭉뻗고
맘편히 잠잘거다
그게 뭐냐면
나는 별일 있이 산다 뭐 사방이 걱정이다

    


이 노래를 읊조리며, 모두들 맘편히 주무시길...


아이들 어렸을 때 ATV 바이크를 타러 간 적이 있었다.

사장님은 A코스와 B코스의 갈림길이 있는데, B코스는 아이들과 가기엔 산세가 험하니 되도록 가지 말라고 신신당부하셨다. 아이들을 태우고 운전을 하던 나는 A코스만 몇 바퀴를 돌았더랬다. 그러다가 다시 갈림길에 당도했을 때, 아이들에게 B코스 도전을 제안했다. 어린아이들은 망설였지만, 엄마의 종용에 그러자고 했다.

B코스가 어땠냐고? 환상이었다. '이런 게 ATV 타는 맛이지~'를 보여주었고 A코스에서는 볼 수 없던 풍경과 재미를 맛봤다. 아이들에게도 도전이 주는 짜릿함을 단단히 맛 보였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어떤 걱정도, 어떤 일도 벌어지지 않는다.

올 한해도 마찬가지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작은 아이가 세번의 도전을 하지 않았다면 세번의 실패도 경험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후회하지 않으려한다. 아이도 그러기를 바란다. 도전이 주는 새로운 길을 맛보았으며, 짜릿한 성공을 맛보지는 않았지만 인생의 쓴맛은 제대로 알았으니...

나는 앞으로도 늘 일을 벌일 것이며 사서 걱정을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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