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에 대한 나의 입장

by 늘봄유정

⭕ 라라크루 혜윰 작가의 <주말은 십(詩) 니다> 2026.1.10


< 진정한 여행 > 나짐 히크메트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씌어지지 않았다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려지지 않았다

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

가장 넓은 바다는 아직 항해되지 않았고

가장 먼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불멸의 춤은 아직 추어지지 않았으며

가장 빛나는 별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별

무엇을 해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 비로소 진정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가 비로소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다




아직 50이 아니라고 바득바득 우겼던 이유는, 50을 인정하는 것이 격하게 슬프거나 아쉬워서가 아니었다. 만으로 계산하면 마흔여덟이고 연나이로는 마흔아홉이라고 구태여 설명했던 이유는, 50이라는 나이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고 따라서 정리된 입장이 없기 때문이었다.


남들보다 이른 나이에 결혼, 출산을 했더니 30대 초반에 학부모가 되었다. 학부모 모임에는 온통 언니들뿐이었는데, 많게는 띠동갑을 훨씬 넘기는 분도 있었다. 성인 자녀와 늦둥이 초등학생 자녀가 있는 50대의 언니들은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안정적으로 보였다. 말과 행동에 여유가 넘쳤고, 인생을 제대로 즐길 줄 아는 것 같았다. 50이 되면 나도 그렇게 될 것이라는 막연한 꿈을 꾸었던 이유다.


나의 50은, 십수 년 전 보았던 언니들의 그것과 사뭇 다르게 느껴진다. 그녀들만큼 여유로워졌다거나 안정적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하지만 당시의 그녀들보다 불행하다거나, 그로 인해 우울하다는 감정은 없다. 시대가 달라졌고, 시대가 요구하는 50의 이미지도 달라졌으며, 그에 맞게 나의 여행이 시작되었다고 믿기 때문이다.


양육자로서의 목표와 계획이 가득했고 거기에 충실했던 3, 40대를 지나고 나니 이제 온전히 '나'의 삶을 써야 하는 50대가 기다리고 있다. 애들이 성인이 되던 때, 딱 거기까지로 1막은 끝났다. 잘 자라준 것에 대한 고마움과 나름의 뿌듯함은 있지만, '애들이 잘 자랐잖아. 그거면 됐지~'라는 말은 내 50과 나머지 인생을 채워주지 못한다. 입버릇처럼 말하는 '이제 우리 집에서 나만 잘하면 된다'라는 말은, 이제 내 인생을 제대로 걸어가야 한다는 주문인 것이다.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쓰여지지 않았고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려지지 않았다"는 시구처럼, 내 삶의 가장 아름답고 훌륭한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 무엇을 어떻게 어디서부터 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알 수는 없지만, 그 막막함과 답답함이 신발끈을 조이고 문을 나서게 하는 힘이 될 것이다.


50이다. 인생의 딱 절반이 될지, 거의 다 온 것인지는 미리 알 수 없다. 하지만 확실히 아는 것은 하나 있다. 오늘은, 어딘가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별을 찾아 도전과 모험이 가득한 여행을 시작하는 첫날이자 남은 날 중에 가장 젊은 날이다. 이게 50에 대한 나의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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