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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유정 Mar 30. 2020

첫 번째 시시콜콜

엄마는 그날만을 기다렸을게다. 반년 간 이역만리 타국에서 열심히 공부하느라 지친 딸. 함께 하와이로 여행하기로 했으나 코로나 19로 힘들어져 가까운 제주도로 행선지를 바꿨단다. 오랜만에 만난 딸과 맛있는 음식도 먹고 바람도 쐬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 후 서울로 돌아왔다.

서울 도착 다음날, 인후통과 발열로 검사를 받았고 코로나 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게 왠 날벼락인가. 딸과의 오붓한 추억이 바이러스로 물들다니.. 그런데 그보다 더한 날벼락이 덮쳤다. 제주도가 그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한단다. 정확히는 여행 동행자로서 적절한 조치를 할 의무가 있었던 엄마가 피고다. 그것도 1억 이상.  

억울한 마음을 모녀가 사는 구의 구청장이 대변해주었다. 그들도 선의의 피해자라고.

강남구에서 자가격리 당부 문자를 보내기 전의 일정이었으며, 손배소 제기 방침으로 인해 치료에 전념해야 할 시기에 정신적 패닉에 빠져있다고 설명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이 결정이 모녀의 사례를 통해 도덕적 해이를 예방하고 자가격리를 의무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해외에서 입국 후 2주간 자가격리 의무를 어기고 여행을 왔고 제주여행 첫날부터 증상이 있었음에도 여행을 강행해 고의성이 짙다고 했다. 도 예산으로 방역조치를 했고 모녀와의 접촉으로 자가격리조치를 받은 도민만 무려 47명. 1억 원이 넘는 피해액에 대해 '미필적 고의'로 민사상 손배소를 준비 중이고 형사책임 여부도 검토 중이다.


코로나 19라는 큰 이슈 속 또 다른 이슈가 터진 상황이다. 하긴 코로나 19가 던져준 이슈는 한두 개가 아니다. 그만큼 놓치고 있던 사회 갈등과 이면들이 많았음을 실감하는 계기다.

벚꽃이 피고 봄바람이 살랑살랑 분다. 어디라도 나가고 싶고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은 마음은 같지만 많은 이가 견디고 있다. 아이의 칭얼거림을, 들썩이는 엉덩이를... 프라이빗 콘도에서 회사 가는 것보다는 안전한 휴가를 즐긴 것이 뭐가 문제 되느냐며 당혹스러워하는 전직 아나운서와 학업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제주도로 바람 쐬러 갔다는 모녀, '그들'의 모습 속에서 '우리'의 칩거와 거리두기가 인정받지 못한다는 낭패감을 느낀다. 공동체 일원으로서의 사회적 의무가 무의미하게 여겨질까 봐 걱정스럽다.


그래서 오늘의 Topic.

< 제주여행 후 확진 판정을 받은 모녀에 대한 제주도의 손해배상 소송은 정당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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