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늘봄유정 Mar 29. 2020

시시콜콜 디베이트 유랑단

출바알~~~

시시콜콜 디베이트 유랑단

<프롤로그>


바이러스로 온 나라, 온 세계가 시끄러운 시절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맘카페도 시끄럽다. 저녁 반찬거리를 고민하고 육아정보를 교환하던 시민들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이슈에 대해 갑론을박을 하는 모습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국가적 재난 상황 앞에서 시시비비를 따지고 각자의 주장을 전개하는 방식은 평화롭게 흘러가지 않는다. 금세 상대에 대한 비방과 비아냥, 조롱으로 치닿고 결국 누군가가 강퇴당해야 상황이 종료되기도 한다. 그 상황을 지켜보며 학생들에게만 디베이트 교육이 필요한 게 아님을 절실히 느꼈다. 학생들에게는 디베이트가 다양한 주제에 대한 배경지식을 쌓기 위한 기술에 불과하다고 가르친다. 형식보다는 다루는 내용에 집중하라는 의미다. 하지만 성인에게는 그 기본적인 기술, 형식에 대한 교육이 시급하다는 생각이다. 상대방을 존중하며 말하는 법, 가짜 뉴스에 대한 분별력을 키우는 법, 확증편향에 사로잡히지 않는 법, 편견과 아집에 빠지지 않고 입체적이며 객관적인 스탠스를 유지하는 법...


인간의 삶은 모두 디베이트다. 

순간순간 선택의 상황에 직면하게 되고 여러 선택지의 장, 단점에 대해 가능하면 이성적, 객관적으로 비교하고자 애쓰기 때문이다. 물론 선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감정'일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과정만큼은 이성적이려고 애쓴다. 그마저도 디베이트와 비슷하다. 객관적인 근거를 들어 주장을 펼치지만 마지막 초점이나 최종변론으로 불리는 결론에 가서는 결국 청중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요소들을 집어넣기 마련이다. 


매 순간이 선택의 연속인 삶 속에서 디베이트 주제를 끄집어내는 시도를 해보고자 한다. 오늘 저녁 메뉴를 김치찌개로 할 것인지 된장찌개로 할 것인지의 사소한 문제도 논제가 되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기후 문제나 빈곤, 난민 등의 전 지구적이고 인류 전체가 직면한 문제들에 대한 고민도 개별 인간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하지만 그보다도 당장의 하루하루가 고민인 게 우리이니 말이다. 유발 하라리는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에서 "70억 사람에게는 70억 가지의 의제가 있다"라고 했다. 70억 개까지는 아니더라도 매일매일 직면하는 시시콜콜한 논제들을 찾아 떠나보고자 한다. 매일매일 논제가 될만한 충격적이고 자극적인 사건들이 빵빵 터지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물론 이미 그러고는 있기는 하지만... ㅠㅠ 

세상을 열심히 들여다보고 고민해보면서 그 속에서 질문하기를 멈추지 않는 것이 디베이트의 궁극적인 목표다. 흘려들은 뉴스나 스쳐 지나간 일상 속에서 양가적 입장을 가진 논제들을 끄집어 내보려 한다. 그래서 우리의 고민과 갈등이 무의미하지 않다는 것을, 보다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선택을 하는 데 있어 디베이트가 유용하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첫 번째 시시콜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