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덟 번째 시시콜콜

<가족 편>

by 늘봄유정

총선 때문에 간밤 잠을 설친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초접전으로 막판까지 결과를 예측할 수 없던 지역들을 지켜보느라 나 역시 과감하게 TV를 끄지 못했다. 눈뜨자마자 최종 결과를 확인하고 안도감과 묘한 행복감에 젖어들었다. 그런 내 옆에 동상이몽을 꾸는 자가 있으니... 말 그대로 나와 같은 이부자리를 쓰는 사람이다.

오늘의 소감을 묻는 나의 질문에 그는 답했다.

"음... 다음 총선에 출마하고 싶어 졌어..."


정치외교학과 동문인 우리 부부는 연애시절부터 최근 몇 년 전까지 정치적, 이념적 생각이 같다고 여겼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남편의 성향이 보수 쪽으로 기울었다고 느껴졌다. "먹고살기 힘들다, 잘못 뽑은 것 같다"라는 한탄을 하며 '합리적 보수'의 등장을 간절히 원할 때마다 왜 저렇게 변하게 되었을까 안타까웠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남편은 변한 게 아니었지 싶다. 원래 보수적이었는데 내가 관심이 없었던 것. 정치학도였지만 정치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남편과 얘기하기 시작한 것이 최근 몇 년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남편이 변한 게 아니라 내가 '인지'하기 시작한 것이다.


어쨌든, 남편은 이번 총선의 결과를 이렇게 판단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지나 긍정적 평가의 결과는 아니라고 봐. 우리나라에는 진보보다는 나 같은 중도보수 국민이 더 많지만, 어쨌든 미래통합당이 대안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거지. 합리적 보수라고 불릴만한 정치인이 없는 것. 그게 우리나라 보수 정당의 문제이고 그게 이번 총선에 반영된 게 아닐까?"

듣고 보니 그런 듯도 했다. 우리나라의 정치 지형이 진보 쪽으로 기울었다는 평가를 여기저기서 쏟아내고는 있지만 과연 그럴까에 대한 의문은 남아있던 터.

"그래서, 다음 총선에 출마하고 싶어 졌어. 건전하고 합리적인 보수를 결집하는 새로운 인물로... 미래 통합당에서..."


헉!

말문이 막히는 순간...

사람 참 좋은데... 호감 가는 외모에 정 많고 반듯하다. 막말도 못하고 성인지 감수성이나 인권의 문제에 있어서도 괜찮은 스탠스를 유지한다. 타인의 말을 잘 듣고 무지를 인정하거나 반성하는데도 인색하지 않다.

서민을 대표하는 후보로서도 손색이 없다. 대기업도 다녀봤고, 보험영업, 자동차 영업, 치킨집 운영, 외식 프랜차이즈 근무 등의 이력은 서민들의 애환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삶으로 부딪혀본 사람이다.

당으로 따지자면 정의당이 어울릴 것 같은데...

미래통합당이라니...


하긴 인물이 없는 당에서 새로운 인물로 내세우기엔 더없이 좋은 것 같기도 하다.

정치학을 전공했고 소위 '있는 자', '가진 자'가 아니다. 매일매일의 쪼들리는 삶에서 작은 희망을 찾기 위해 몸부림치는 자이고, 삶이 조금이라도 충만하도록 노력하기를 게을리하지 않는 사람이다. 전 국민의 트라우마로 남은 사건들에 눈물을 흘리며 공감할 수 있으며, 삶에 대한 치열한 도전을 보이기 위해 누군가처럼 달리기를 좋아하는 사람.

그런데 기호 2번 OOO.


그래서 오늘의 Topic은...

< OOO을 국회로 보내야 한다.>


* 총선 다음날이면 어느 집에서나 볼법한 흔한 풍경이지 싶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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