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세 번째 시시콜콜

<생활 편>

by 늘봄유정

이른 아침 볼일을 보고 집으로 가는 길.

횡단보도에 서있는데 뒤에서 통곡하는 아이와 달래는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 오~느~른 진짜 안가고 싶다고~~~오~~~ 어~~~~"

"안돼... 오늘은 꼭 가야 돼..."

"어~~~~~ㅇ.. 왜~~~"

"계속 엄마랑 있었잖아. 오늘은 엄마도 회사를 가야 한다고..."

"어~~~ 나도~~ 같이~~~ 회사 가면 되잖아~~~~~ 어~~~~~~~"

"어떻게 회사를 같이 가~~"

"옛날에 아빠 회사 갔었는데~~~~ 오늘은 왜 안돼~~~~ 엉~~~~~"

"엄마 회사는 안돼. 그리고 엄마 보고 싶으면 선생님한테 부탁해~ 엄마한테 전화해달라고~"

"아~~~~~ㅇ 그런 부탁은 안 들어주실 거란 말이야~~~~ 으아아아아 앙~~~~~"


절절하게, 세상에서 가장 슬픈 목소리로 애원하는 아이의 울음 소리를 들으며 주책맞게 눈물이 났다. 아이를 떼 놓고 직장에 가야 하는 엄마의 찢어지는 마음과 그런 엄마의 소매를 붙잡고 놓지 않으려는 아이의 서러움...

사실 난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다.

대학 졸업 후 바로 결혼을 해서 직장생활을 하지도 못했을뿐더러, 아이는 엄마가 키워야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아이가 아프거나 가기 싫어하는 날들은 집에서 그냥 쉬게 했고 방과 후나 종일반에 보내는 일 없이 일찍 일찍 데리고 왔다. 집에 오는 길에 한두 시간씩 놀이터에서 놀아 주고 집에 오면 욕실에서 한 시간 물놀이하고 저녁 먹이고 책 읽어주고 재우는 것. 그것밖에는 다른 선택지를 몰랐다. 당연히 우리 아이들은 엄마와의 헤어짐을 서럽게 받아들인 적이 없다.


돌이켜보면 그게 과연 가족 모두에게 좋은 선택이었는지에는 확신이 안 선다.

외벌이인 남편에게는 큰 부담이었을 것이다. 주변에 직장도 다니며 돈도 잘 벌고 아이도 잘 키우는 여성들이 얼마나 많았겠는가. 지인이 그런 아내를 자랑하기라도 하는 날은 괜스레 아내가 미웠던 날도 있었을 테고...

아이들은 또 어떻고? 직장 다니는 친구 엄마가 멋있어 보였을 테고 집에 하루 종일 붙어있으면서 잔소리만 해대는 엄마가 어디라도 나갔으면 했을 것이다. 실제로, "엄마도 회사 다녀서 돈 많이 벌어오면 안 돼?"라며 대놓고 요구했던 것도 기억이 난다. 그저, 내 손으로 만든 밥만 챙길 줄 알았지 집에 종일 있다고 공부든 뭐든 살뜰히 챙기지도 못했다.

유치원 때, 무섭기로 소문난 어떤 선생님 반이 되어서 아이에게 물었던 적이 있다.

"너희 선생님 무서우시다는데, 너도 무섭니?"

"아니? 엄마가 더 무서워서 난 선생님 하나도 안 무서운데?"

아주 태연자약하게 대답하는 통에 씁쓸했었다. 그런 엄마였으니 유치원 갈 때 헤어짐을 서러워할 이유가 없었을 거다...


그래서 오늘의 Topic은...

<전업주부였던 나의 선택은 옳았다.>


* 후회 없이 잘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오늘은 살짝 후회가 되던 날...

서럽게 울며 엄마와 헤어지기를 싫어하던 아이와 아이의 엄마는 훗날 더 애틋한 관계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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