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편>
공동체 생활을 위한 협조를 구합니다.
늦은 귀가 건...
너무 늦은 귀가는 공동주택에서 동거인에게 피해를 줍니다. 저의 낮밤이 바뀌어서 수면의 질이 극도로 낮아졌고 일상생활에까지 지장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각별한 주의 당부드립니다.
가족 톡방에 공식적으로 올린 협조 요청문이다. 실상은 한 사람을 겨냥한 경고문이다.
흉흉한 시국에도 안전불감증과 근거 없는 건강 자신감을 장착한 20대.
대학은 들어갔으되 캠퍼스의 낭만 따위는 느껴본 적도 없는 새내기.
성적에 맞춰 입학은 했으나 정작 찾아가 보니 영 맘에 들지 않는 대학과 학과 때문에 반수를 고민 중인 방황하는 젊은이.
먹어도 먹어도 취하지 않고 마셔도 마셔도 또 마시고 싶은 술고래.
세상에는 공부 말고 재미있는 일이 너무 많다는 활동가.
생일파티는 최소 3일 이상 할 정도로 친구가 많은 인기남.
인생에 대한 고민, 고민을 함께 나눌 친구, 고민과 친구를 엮어줄 알코올. 그 무엇 하나 부족함 없는 나의 큰아들은 집에 들어올 새가 없다. 혹여 일찍 들어오는 날도 어김없이 다시 나가버리니...
새벽 1시 귀가는 감사한 일이고 2시는 일상이며 3시 귀가도 흔하다. 그의 불규칙한 귀가는 곧바로 나의 불규칙한 수면으로 이어졌다. 어쩌다 잠이 들어도 새벽 5시면 눈이 떠지고 얼른 아들방으로 뛰어가게 된다. 언제 들어왔는지 쌔근쌔근 자는 아이를 보면 그제야 맘이 놓여 다시 잠을 청하게 되는 불규칙한 삶이 루틴이 됐다.
혹자는 말했다. 이제는 성인이 된 아들을 믿어주라고. 자유를 허하라고...
그러나... 허튼짓을 하지 않는다는 신뢰는 있으되 위험에 대한 포기는 안된다.
타인에게 피해를 준다거나 위험한 행동을 하지는 않을 거라는, 바른 아이라는 신뢰가 있다. (물론 돌다리도 두들겨야 하며 믿는 도끼도 점검해야 하므로 동네 곳곳에 심어둔 첩자들로부터 들어오는 정보를 꾸준히 수집하고는 있다.)
다만, 누구에게든 있을 수 있는 나쁜 일들이 우리 아이만 비켜갈 것이라는 믿음은 생기지 않는다. 늦은 밤 집에 있는 사람과 밖을 배회하는 사람 중 위험 노출 가능성이 누구에게 높겠는가...
그래서 오늘의 Topic은...
< 가족 모두 12시 전에는 귀가해야 한다.>
* 언젠가 일요일 귀가시간에 대한 Topic을 상정한 적이 있다. 오늘의 Topic은 매일 정해진 시간에 편히 자고 싶은 나의 바람이 만든 주제다.
* 아들아, 설마 너에게 집이 들어가고 싶지 않은 공간인 것은 아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