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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유정 Sep 07. 2020

여든 번째 시시콜콜

<가족 편>

돌밥돌밥의 나날들.(돌아서면 밥하고 돌아서면 밥하고)

오늘은 아이들 둘 다 집에 있는 점심이라 중국집에 배달 주문을 했다. 

큰아들은 볶음밥, 작은아들은 짬뽕, 나는?


항상 이대목에서 고민을 한다. 남편이 있어서 4명인 날에는 식사 3개에 탕수육 하나 시키면 딱 맞는데 나를 포함한 세명이 되면 애매하다. 통통한 체격과는 달리 식사 하나를 혼자서 다 먹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누가? 내가... 진짜다...

그래서 아이들과 나 셋이서 주문을 할 때는 늘 아이들 몫 식사 둘에 탕수육 소자 하나를 주문했다. 오늘도 여느 날과 같았는데, 유독 오늘은 유난히 내가 없어 보였다. 


새로 주문해보는 중국집에 '주꾸미 쟁반짜장'이라는 메뉴가 너~~ 무 먹고 싶었다. 단돈 만원이었지만 아이들이 먹고 싶어 하는 메뉴를 포기시키고 그걸 시키지는 못했다. 탕수육을 포기하면 되건만, 중국음식 시키면서 탕수육은 반드시 시켜야 할 것 같은 당위성은 뭔지... 결국은 새로 뚫은 중국집에서도 똑같은 메뉴를 주문했다.


어린 시절의 우리 엄마도 그랬다. 나와 내 동생이 식사 하나씩을 주문하면 엄마는 짜장면 별로 안 좋아한다시며 극구 본인 것은 주문을 안 하셨다. GOD의 노래가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밀가루 면을 먹으면 속이 거북하다시며 딱 한 젓가락만 먹으면 된다고 했다. 어린 나는 그게 너무 싫었다. 엄마가 엄마 몫의 것을 주문하지 않으면 난 온전히 내 몫의 짜장면을 만끽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꼭 한 젓가락씩 뺏어가 밥 비벼 먹는 것이 그렇게 싫을 수가 없었다. 엄마가 안쓰러웠던 게 아니라 양이 줄어버리는 게 싫어서...


그런데 오늘의 나도 짬뽕 먹는 놈 국물을 조금 동냥해다가 집에 있는 밥을 말아 한 그릇 먹었다. 그 정도면 내 양이 딱 맞았다. 나 역시 밀가루 면을 먹으면 속이 거북하기도 했고... 돈도 굳었고...

 

엄마의 진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하나 다 먹기에는 양이 많아서였을까? 밀가루 때문에 속이 거북하셨을까? 나처럼 메뉴 하나 더 주문하는 게 부담되셨을까? 그것도 아니면.... 

한 젓가락 뺏어 먹는 게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는 걸 아셨기 때문일까?


그래서 오늘의 Topic은...

<엄마는 짜장면을 싫어하신 게 맞다.>


*언젠가 주꾸미 쟁반짜장을 먹고야 말 테다...

  아니다... 짜장면이 짜장면 맛이겠지?... 

*아들들도 오늘 살짝 짜증 났겠지?

  아니다... 나와 달리 내 아이들은 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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