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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유정 Sep 14. 2020

여든두 번째 시시콜콜

<사회 편>

드르르르르르 위~~~이~~잉~~~~~~~~~

정확히 매일 아침 아홉 시 반만 되면 어느 집에선가 들리는 소리다. 믹서기 소리라고 짐작하고 있다. 집을 나서는 가족을 위해 정성껏 무언가를 갈아주는 소리 이리라. 나 역시 7시 반 출근하는 남편에게 토마토와 블루베리를 갈아주고 있으니 어느 집의 누군가는 달갑지 않은 모닝콜을 감내하고 있을 일이다.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에서 산다는 것은 많은 부분에 있어 서로에 대한 인내와 배려까지 공유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출입구와 엘리베이터만을 함께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하수도 배관과 스피커가 달린 벽면까지도...

배관을 타고 어느 집 반려견의 소변 지린내나 사춘기 아들의 몰래 피운 담배연기가 전해진다. 스피커로는 아래윗집의 부부싸움 소리나 아이를 다잡는 소리까지 흘러들어온다. 조용한 새벽엔 안방 화장실에서 "엄마~ 휴지 줘~~"라고 부르는 아이의 간절한 외침이나 꺼질 줄 모르는 휴대폰 알람까지 들린다. 

대부분의 경우, 내가 만들어낼 수도 있는 소음이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간다.


얼마 전, 지역 맘 카페에 성토 글이 하나 올라왔다.

"윗집 아저씨 재채기 소리가 너무 커요. 아무리 자기 집이라도 재채기할 때는 입을 가리고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창문 넘어 우리 집으로 바이러스가 전해질까 봐 두렵네요."

엥? 내 집에서 재채기할 때도 시원하게 못한단 말인가? 비말이 거기까지 이동한다고? 

반응이 제각각이었다. 글쓴이의 의견에 동조하며 남자들의 쩌렁쩌렁한 재채기 소리 극혐이다, 일부러 그러는 것 같다, 자기 식구들을 생각해서라도 입은 막아야 한다, 그런 소리 들리면 심장이 철렁한다는 의견이 반.

자기 집에서 재채기하는 것까지 민폐라고 하는 건 너무 멀리 갔다, 내 집에서 재채기도 못하냐, 걱정되면 문 닫아라 등의 의견이 반.

밤늦은 시간 음식 냄새에 대한 불만이 올라온 적도 있다. 11시가 넘어 생선, 고기 구워가며 밥 먹는 건 자제해야 하지 않느냐는 것. 이것 역시 논란이 됐다. 공부하고 늦게 오는 아이에게 밤마다 고기 구워주느라 어쩔 수 없다, 그래도 그 밤에 너무하다... 

이 외에도 공동주택에서 겪는 이웃사이의 갈등은 다양하다. 비 오는 날이라며 베란다 물청소를 실컷 한 위층 때문에 아랫집 창문으로 오물이 잔뜩 흘러내렸다는 사연, 밤만 되면 노래를 고래고래 부르는 이웃 때문에 고통스럽다는 사연 등등...


중학교 교과서에 실린 작품 중 <소음공해>라는 단편소설이 생각났다. 

아파트 위층에서 들려오는 소음으로 괴로워하던 아랫집 사람이 여러 번 항의에도 아랑곳 않는 윗집 사람에게 화가 나 슬리퍼 선물을 들고 찾아간다. 소음의 원인이 휠체어였다는 것, 장애인 시설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하지만 정작 윗집 사는 사람이 장애를 가졌다는 사실조차 몰랐다는 것에 아랫집 사람은 부끄러움을 느낀다. 


서로가 처한 상황을 이해하고 배려하면 해결될 일들이라고 생각하지만, 내가 겪어보지 못한 상황을 이해하리란 쉬운 일이 아니다. 자녀가 어린 부모들은 밤 12시에 고기를 원하는 고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의 입장을 이해하기 힘들다. 재채기 4번을 연속해서 큰 소리로 시원하게 해야 콧속 간질거림이 해소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는 쉽지 않다. 배변판 놔두고 베란다 배수구에 쉬를 하는 반려견이 도통 이해가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독주택에 사는 게 아니라면 다른 집으로 소리든 냄새든 흘러들어 갈 수 있다는 것을 염두하며 살아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오늘의 Topic은...

< 공동주택에서 밤늦은 시간 취식을 삼가야 한다.>

< 공동주택에서 재채기할 때는 입을 가리고 해야 한다.>

- 주제를 뽑아내고도 웃기다. 다른 워딩이 필요한 듯... ㅎㅎ


* 맘카페에 올라오는 얘기들을 보면 이해가 가지 않는 내용들도 많고 극성스러워 보이기도 하지만 결국, 그게 사람 사는 세상이겠거니 싶다. 다양한 사람의 다양한 의견들이 공존하는 곳, 요지경 같은 세상. 그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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