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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유정 Jun 10. 2020

쉰다섯 번째 시시콜콜

학교를 계속 다니는 게 의미 있을까요?

"이번 시험 망치면 학교 자퇴하고 수능 준비할까 봐..."

고등학교 입학 후 첫 시험을 치르는 작은 아이의 입에서 나온 소리에 마음이 심란하다. 시험을 앞두고 긴장되는 마음에 하는 소리겠거니 흘려듣다가도 속없는 소리를 입 밖으로 내는 일 없는 아이를 생각하니 신경이 쓰인다. 


작은 아이의 주장은 이러하다.

"대학을 가는 여러 방법 중 내신과 비교과 활동으로 준비하는 수시에 자신이 없다. 정시에 집중해 공부를 하고 싶은데 학교를 다니면서는 힘들다. 지금 자퇴를 한다면 내년에는 검정고시를 볼 수 있을 테고 내년 수능부터 치를 수 있으니 남들보다 기회를 빨리 얻게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학교가 재미없다."

일견 공감되는 부분이 적지 않다. 내신이나 학교 활동에 적극적이고 열정적인 아이들 틈에서 위축되었을 것이다. 성적으로만 평가받는 게 심플하고 공정하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겠다. 순간적인 객기가 아니라 나름의 고민과 애로가 담겨있으리라...


그럼에도, 제도권 교육을 충실히 받고 다른 선택지에 대한 고민을 해본 적이 없는 꽉 막힌 엄마 입장에서는 두려움과 우려가 앞선다. 그래도 고등학교는 나와야 친구 관계가 유지되지 않을까? 지금부터 수능 준비를 한다는 것이 쉽기만 할까? 검정고시가 어려워졌다는데 이러다가 고등학교 졸업장도 못 따는 거 아닐까? 학교라는 게 재미만을 위해 다니는 곳도 아니거니와, 참고 견디는 법을 배운다는 명목만으로도 학교는 필요한 게 아닐까? 최선의 선택이 무엇일까?


코로나 19로 등교 개학이 미뤄지면서 신학기의 개념이 무너졌다. 3월 한 달간 학교에 적응하고 친구를 사귀는 시간과 공간의 공백이 생긴 셈이다. 친구 사귀는 것에 적극적이었던 큰 아이도 고등학교 입학 후 2주간은 친구가 없는 것에 좌절했었고 한동안은 자퇴를 논하기도 했었다. 시간이 흘러 학교에 재미를 붙이면서 쏙 들어간 고민이기는 했으나 작은 아이는 성향도 다르고 처한 상황도 다르다. 온라인 개학과 등교 개학이 병행해 진행되는 학교생활이 재미있을 리 만무하며, 무엇보다도 제도권 교육에 대한 회의와 피로가 큰 상황...


수만 가지 질문들로 머릿속이 시끄럽다.

고등학교에 올라가면 자연스럽게 하게 되어있는 고민에 내가 너무 예민한 걸까?

조금만 기다리면 학교에 재미도 붙이고 남들처럼 잘 다니려나?

아이의 판단과 선택을 존중하고 따라주어야 할까?

가보지 않은, 고민해보지 않은 길이니 한번 가볼까? 아이와 함께 도전해볼까?

공교육도, 홈스쿨링도 수많은 선택지 중 하나인 것 아닐까?

후회하지 않을까?


그래서 오늘의 Topic은...

< 고등학교 자퇴라는 아이의 선택을 따라야 한다. > 


* "일단 최선을 다해 중간고사를 잘 봐라! 그러고 나서 얘기 허자!" 라는 말밖에 못해주는 꼰대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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