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여섯 번째 시시콜콜

<코로나 편>

by 늘봄유정

"오늘 XX점에 그분 떴대요~"

"KF94 30매가 13,990원이래요."

"헐, 지금 빨리 달려야겠네요."

"수도권에만 세 개 지점에서 풀렸네요."

아침부터 카페가 시끄러웠다. 외국계 대형마트 이용 회원들 카페에서 금지어가 되어버린 '마스크'가 지방 순회공연을 마치고 드디어 수도권에 상륙했다는 소식이었다. 집에서 가까운 지점에도 떴으니 나도 달려야 했다. 하던 설거지도 내팽개치고 세수 따위야 마스크로 가리면 그만이니 지갑과 휴대폰, 차키만 달랑 챙겨 바로 출발했다. 혼자 갈까 하다가 동네 지인들에게 이 소식을 알렸고 그들 역시 집에서 입던 차림 그대로 허겁지겁 뛰쳐나왔다.

*

집에서 25분이면 닿을 거리의 마트인데, 내비게이션에서는 계속해서 남은 시간이 25분이라고 알려왔다. 고장 났나 싶어 껐다 켜보아도 25분, 5분이면 닿을 거리인데도 25분이었다. 전쟁이라도 난 것처럼 차들은 길에 서서 꼼짝도 안 하고 옆에 차들에서는 하나 둘 운전자만 남겨두고 사람들이 내리더니 내달리기 시작했다. 마트 가까이까지 접근해서 이제 우리도 싼 값에 마스크 좀 사보나 싶던 순간. 눈을 의심하는 광경이 펼쳐졌다. 주차하려는 차량의 행렬과는 별도로 마트밖에 마스크를 사려는 사람들의 끝도 모를 긴 줄이 눈에 들어왔다. 주차를 해도 저 줄에 서 있어야 회원카드 하나당 한 상자의 마스크를 구입할 수 있다고 했다.

*

순간 오만가지 생각이 스쳐갔다.

그냥 갈까? 땡볕에 한 시간이나 서가며 사야 할 만큼 가치가 있을까? 집에 마스크가 없지는 않잖아? 저렇게 줄을 서있다고 한들 산다는 보장도 없지. 내 앞에서 끊기면 어째?

아니야. 여기까지 온 시간이 아까워서라도 사가야 하지 않을까? 집에 마스크는 이미 충분하지만 저렇게 싼 가격에 사기는 힘들고, 앞으로 코로나 19 2차 유행이 온다잖아. 살 수 있을 때 사두어야지...

혼자서 멍하니 고민하던 그때, 조수석에 앉아있던 지인이 나를 흔들어 깨우며 말했다.

"가자! 집에 가자! 이건 아니지..."

"그래, 가자!"

그렇게 우리는 미련 없이 집으로 돌아왔다. 같은 시각 동네 마트마다 마스크가 한꺼번에 풀려 여기저기 난리였지만 우리는 그것도 놓치고 말았다. 오전의 황금 같은 2시간을 버리고 집으로 돌아오던 그 황망함...


그래서 오늘의 Topic은...

< 대한민국 전 국민은 집단 마스크 집착증에 걸렸다. >

< 마스크를 살 수 있을 때 최대한 사서 준비해야 한다. >

< 정부는 전 국민 집단 트라우마 치료를 실시해야 한다.>


* 끝 모를 코로나 19에 대한 공포와 피로를 마스크 구매로 푸는가 싶다. 바이러스가 종식되어도, 시중에서 손쉽게 싼값의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다고 해도 우리는 마스크 좀비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다. 재난 소득만 줄 것이 아니라 전 국민 트라우마 치료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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