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일곱 번째 시시콜콜

<사회 편>

by 늘봄유정

"생각해볼게~"

이제부터 자전거로 학원을 오고 가겠다는 큰아이에게 너무 위험해서 걱정된다, 더워서 안된다라는 잔소리를 늘어놓으니 돌아온 대답이었다.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말, 아이들이 어렸을 때 내가 주로 했던 멘트였다. 아이들이 고가의 장난감을 사달라거나 들어주기 곤란한 부탁을 할 때마다 나는 "생각해보자~"라고 답했다. 그러면 큰아이는 "안 해준다는 얘기네..."라며 실망하곤 했다. 즉답을 회피하며 시간을 벌어보고자 부렸던 꼼수이면서 기분을 덜 나쁘게 하면서 거절하고자 했던 나만의 방법이었는데...

이제는 아이가 그 말을 쓰고 있고 내가 실망할 차례라는 생각에 묘한 기분이 들었다. 한편, 잘 자라준 아이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

대학시절 몇몇의 선배, 동기들과 교양과목 대신 유아교육과의 부모교육 수업을 수강했다. <한 아이>, <딥스>등의 책을 읽으며 깨달은 것은 한 가지였다. 아이를 망치는 것은 부모라는 것 즉, 문제행동을 보이는 아이에게는 문제부모가 있다는 것이었다. 시행착오와 후회, 절망, 끝없는 고민, 반성을 반복하며 아이를 키웠지만 대학시절 들었던 부모교육의 기본은 잊지 않으려고 했다. 어린아이들에게 어른인 나만큼의 판단과 능력치를 강요하거나 기대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반대로, 나도 역시 실수할 수 있고 완벽하지 않은 사람임을 인정할 수 있었다. 한 학기 동안의 짧은 교육이었지만 이후 아이를 키우는 데 있어 가장 큰 도움을 준 교육이었다.

*

물론 육아를 글로 배운다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아이마다 기질의 차이가 있고 책에서 본 대로 한다고 해서 아이와 부모가 단번에 바뀌지 않는다. 부모 역시 기질의 차이와 자라온 환경의 영향이 있으니 잠깐의 교육을 받는다고 해서 모두 훌륭한 부모가 될리는 없다.

아이를 때리고 감금하고 죽인 사람들이 부모가 되기 전 교육을 받았다면 조금은 달라졌을까?

그들의 아이들은 다른 결말을 맞이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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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처음 가보는 '부모'라는 길. 그 어려운걸 수많은 사람들이 해내고 있다. 때로는 책에서 답을 찾기도 하고 때로는 앞서간 이들에게 묻기도 한다. 답을 찾았다고 생각했는데 답이 아니기도 하고 우리 아이에게는 다른 해법이 필요함을 깨닫기도 한다. 참 어려운 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볼만한 가치가 있는 길이다. 성장하는 아이들을 보며 가슴 뭉클함을 느끼고 비로소 나 역시 하나의 인격체로 성장함을 실감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래서 오늘의 Topic은...

< 모든 신혼부부에게 부모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 부모교육을 법제화해야 한다.>


* 이미 상처 받은 아이들을 치료하고 인간 같지 않은 부모를 벌하는 것은 어쩌면 쉬운 일이다. 낳아놓기만 하면 절대신처럼 군림하며 아이를 함부로 대하는 이들에게 부모라는 존재가 갖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도록 교육하는 게 우선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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