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카카오 100일 프로젝트가 끝났다.
첫 프로젝트 100일은 오지 않을 것만 같았고 하루하루 D-며칠을 세기 바빴는데, 이번에는 그저 글 쓰는데 집중하다 보니 마지막 날이 턱 하고 나타났다.
학창 시절 쓰던 일기, 싸이월드에 써 내려갔던 가족 근황 정도가 평생 끄적거리던 글의 전부였는데, 지난 몇 달간 쓴 글이 두 번의 프로젝트 날짜수를 웃돌만큼 쌓였다. 졸작이냐 걸작이냐를 논할만한 수준도 아니거니와 누구에게 내보이기 한없이 부끄러운 글이지만 역설적이게도 누군가가 읽어줘서 행복하고 글을 쓴다는 것이 마냥 좋았더랬다. 아마도 내 안에 흐르는 관종의 피가 들끓기 시작했나 보다.
글을 쓴다는 것은 참 신기하다.
'나'라는 사람의 삶을 반추하게 하고 나와 내 삶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나를 둘러싼 이들의 삶과 관계, 그들의 기쁨, 슬픔, 고민, 분노, 좌절까지도 관심 갖고 지켜볼 수 있게 했으며 결과적으로 모두의 행복을 염원하도록 이끈다.
나아가 국가와 세상에 대한 고민까지 하게 됐다는 거창하지만 솔직한 고백도 곁들여 본다.
또다시 마주한 100일은 첫 번째 100일보다 덜 허전하다.
프로젝트가 아니었다면 시작도 못했을 글쓰기였기에 첫 번째 프로젝트가 끝났을 때는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 어떤 글을 써야 하는지, 왜 써야 하는지를 누군가 알려주었으면 했다. 그런데 두 번째 프로젝트 100일 동안 브런치의 몇몇 공모전이 던져준 테마대로 글을 쓰다 보니 이제는 쓰고 싶은 글들이 스스로 자라나기 시작한다.
이렇게 프로젝트 종료에 한껏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만 사실, 두 번째 프로젝트는 실패다.
'아쉽'으로 기록된 날이 총 4일이니 완벽한 성공을 이루지 못한 것이다. 게다가 함께 신청했던 매일 만보 걷기 프로젝트는 65%의 인증으로 마무리했다. 그런데 전혀 '아쉽'다거나 '실패'했다는 기분이 안 드는 것은 왜일까.
보증금이 십만 원에서 만원으로 줄어든 탓일까? 하루에 천 원씩 기부할 때와 백 원씩 기부할 때의 차이? 내가 그렇게 세속적인 사람이었던가? 인증실패한 하루당 천 원 기부할 때는 악착같이 백 프로 인증을 해대더니 100원으로 내려갔다고 이러기인가?
워낙 망각이 심한 사람이라 그런 걸까? 인생을 통틀어 돌이켜보아도 '실패'라는 테마에 딱 떠오르는 기억이 없다. 대학 졸업 후 30개의 입사지원서를 쓴 기억도 있고 결혼 후 3번의 10kg 감량과 요요가 선명히 기억나지만 실패와 연결되지 않는다.
관대함이다.
스스로에게 엄격하지 못하고 너무 관대한 것.
"괜찮아. 다음에 잘하면 되지."
"아무렴, 뭐 어때?"
긍정의 힘이라고 포장하지만 결국 '회피'의 다른 말이다.
실패한 현실에 자책하고 반성하기를 피한다.
실패를 통해 무언가를 배워서 더 발전된 모습으로 다시 시도를 하고 결국 성공을 하고 말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피한다.
실패에 연연하지 않는 모습으로 실패의 결과를 덮어 그들과 마주하기를 피한다.
하지만, 꼭 실패를 딛고 일어나 성공해야만 할까?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성공이란 말인가?
성공, 실패와 상관없이 '그냥' 하면 안 되는 걸까? 목표 달성을 위해 시작은 했지만 그러지 못하더라도 자책하지 말고 스스로에게 괜찮다고 말해주면 안 되는 걸까? 사회적 기준, 외부의 기준에 의한 성공과 실패에 연연하지 말고 자의적 판단과 기준에 의한 성공과 실패가 중요한 게 아니겠는가.
인증률 100%를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꽤 많은 글을 쓰고 영감을 얻었다. 매일 만보를 채우지는 못했지만 평생 이렇게 많이 걸었던 적도 없다.
10만 원 보증금을 고스란히 돌려받았을 때는 1원도 기부를 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되돌려 받은 16,100원을 모두 기부했다.
난, 이번 프로젝트도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