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2년이나 남았건만 정치권과 언론은 대통령 후보자로 거론되는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쫓느라 정신없다. 여당 당내 경선 후보 물망에 오른 이들부터 시작해 야당의 잠룡들뿐 아니라 관심도 안 보이는 검찰총장까지 들먹이며 슬슬 대선 레이스의 서막이 올랐음을 알리는 듯.
최근 허위사실 공표 무혐의 판결을 받은 지자체장에 대한 기사 댓글 중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대통령은 너무 부유하지도 너무 가난하지도 않은 집안에서 정상적인 가정교육을 받고 통상적인 교육과정을 거친, 인성과 인격을 갖춘 사람이 되는 게 좋다고 본다. 합리적 안정적 개혁적 정책과 국정운영을 위해서...
가난한 시절을 겪고 성공스토리를 만들어낸 악착같은 사람 말고, 강남에 건물 몇 개 있고 해외유학 다녀오며 아쉬울 것 없는 사람 말고, 그저 중산층 가정에서 평범하게 사랑받으며 살아온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일 것이다. 그냥 우리 주위 둘러보면 있는 그런 사람.
어찌 보면 소박해 보이는 이 바람이 내 눈에는 꽤 어렵게 느껴졌다.
'중간', '정상', '통상', '평범'이라는 게 대체 무엇일까? 그런 게 존재하기나 할까?
부유하면 그 이상을 원하지 않는가? 가난하면 돈에 눈이 멀어 이성을 잃는가?
정상적인 가정교육이라는 것의 기준이 무엇이지?
통상적인 교육과정이라면 공교육만을 받은 사람인가? 고액과외를 받으면 자격이 안 되는 건가? 해외 유학은?
인성과 인격을 갖췄다는 것은 무엇일까? 남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사람? 성인군자? 어떤 일에도 의연하며 화내지 않는 사람?
그렇다면 성장배경의 조건을 다 갖춘다면, 합리적이고 안정적이며 개혁적인 정책과 국정운영이 가능한 걸까?
안정적이면서 개혁적인 정책이 가능하기는 할까?
댓글 쓴 이를 폄훼하고 까기 위함이 아니다. 그분도 대한민국의 현 상황이 얼마나 답답했으면 그렇게 말씀하셨겠는가. 그저, 일반 시민들처럼만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 나타나기를 기대한 것이겠지. 왜 국민 모두 생각하는 걸 너희들은 생각 못하냐는 하소연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