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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유정 Oct 11. 2019

D-100 프로젝트
< D-79 >

사람은 '언젠가' 죽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 죽을 수 있다.( 키키 키린 )

100일 후에 죽는다고 생각하고 살면 하루가, 세상이 달라 보일 것이다.


"어떻게 된 일이죠? 싸이월드가 어제부터 갑자기 안 열려요!"

"헉, 이렇게 갑자기 폐쇄된 걸까요?"

"어째요, 우리 아가들 사진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데..."

"남편과의 연애시절 스토리가 다 들어있어요 ㅠㅠ"

"매일 올라오는 투데이 히스토리 보는 재미도 컸는데..."

"서버 장애라는데 일시적인 거면 좋겠어요."


아침부터 맘 카페가 시끄러워 보니 싸이월드가 이틀째 접속이 안된다는 소식이다. 아쉬움과 서운함을 넘어선 서글픔, 슬픔... 그것들마저 넘어선 절망감이 느껴진다.

90년대 후반과 2000년대를 거쳐온 이들에게 싸이월드란 어떤 의미였을까? 멀리서 찾을 것도 없이 나에게는 어떤 의미였을까?


싸이월드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2004년이었다. 좀 늦은 감은 있었지만 둘째의 탄생과 함께 사진과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주로 아이들의 커가는 모습, 엄마 아빠를 깜짝깜짝 놀라게 하던 주옥같던 말 한마디, 가족들과 함께 한 여행 사진들을 올렸다. 나만 볼 수 있는 카테고리에는 일기를 틈틈이 썼고, 내가 보았던 '아줌마들의 세계'에 대한 글을 쓰기도 했다. 도토리를 구입해 배경음악을 깔아놓기도 하고, 아기자기한 미니미를 사서 제집처럼 인테리어를 했다. 친구를 6번인가 7번 타고 타고 가다 보면 다시 아는 사람이 나온다고 했던 얘기도 생각난다. 그렇게 우리는 싸이월드라는 작은 세계에서 마치 한 가족인 양 살았더랬다. 가사와 육아에 지친 내가, 하루 종일 아이들과 보내며 점점 고립돼 가는 것 같던 내가, 세상과 소통한다는 느낌을 받은 통로였던 것 같다.


몇 년 전부터 핸드폰에 싸이월드 앱을 까니 '투데이 히스토리'라는 게 올라왔다. 몇 년 전 오늘 내가 올린 사진이며 글이 뜨는 기능이었다. 한창 사춘기 아들들과 씨름하던 시기에 한창 이쁘던 시절의 아이들 사진을 보면 잠시 감상에 젖기도 하고 아이들의 사랑스러움이 새록새록 피어나 다시 안아줄 수 있는 힘이 생겼다. 추억의 힘을 절감하던 기능이었다.

그런데 또 몇 년 전부터 싸이월드 폐쇄에 대한 소식이 간간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맘이 조급해졌다. 그 많은 기록들을 어찌할 것인가... 작년 초 싸이월드에서 '싸이북' 만들기를 해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한 권에 10만 원이 훌쩍 넘는 금액이었지만 눈을 질끈 감고 만들어버렸다. 총 400페이지까지만 만들 수 있기에 뺄 건 빼고 꼭 넣어야 할 것들만 추려서 330페이지 정도 분량의 책 한 권을 완성했다. 그때는 그저 신기하고 재미있다는 생각뿐이었는데 오늘은 다행이고 다행이고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싸이월드가 진정한 온라인 탑골공원이다.


온라인 탑골공원, 온라인 노인정이라는 말이 있다.  90년대 'SBS 인기가요'를 계속 스트리밍 해주는 유튜브 채널이 인기인데, 그 채널을 다르게 부르는 이름이다.

경제활동을 많이 하는 30,40대들을 사로잡는 문화콘텐츠들이 하나 둘 떠오르면서 '뉴트로'나 '90년대 감성'이 한 축을 이루었다. 그 맥락에서 온라인 탑골공원도 성행 중이다.


그런데 왜, 도대체 왜 싸이월드는 사라지는가 말이다...

한 번이라도 핸드폰 메모리가 날아가 본 사람은 안다. 한 번이라도 컴퓨터가 먹통이 돼 본 사람은 안다. 그 안에 있는 소중한 것들이 날아갔다는 것을 알았을 때의 참담함을...

하지만 우리는 또 안다. 거기엔 새로운 추억들로 다시 채우면 된다는 것을.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지워진 것은 지워진 대로 아쉬움의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안녕~~ 싸이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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