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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유정 Nov 24. 2020

아흔두 번째 시시콜콜

< 사회 편 >

"일주일 전 비가 많이 오던 날, 아이들이 등교하다 신발이 몽땅 젖었대요. 그래서 말리려고 복도 창가에 쭉 올려놨는데, 청소 도우미 아주머니가 신문을 뭉쳐서 신발마다 모두 넣어주셨다네요. 덕분에 집에 갈 때 거의 말라 있었대요. 꼭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어요."

한 학부모님이 남기신 메시지였다. 바쁘신 와중에 아이들의 젖은 신발까지 살뜰히 챙겨주신 마음이 고마워 학교를 찾았다. 교장선생님과 여러 선생님들께 이 미담을 전해드렸다. 직접 뵙고 인사를 하려 했으나 어디 계지 알 수가 없어 학부모회 담당 선생님께 준비해 간 떡을 전해주십사 부탁드리고 왔다.


이야기를 전해 들은 동네 친구는 그런 상황에서 누가 더 멋진 사람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다.

누가 시키지 않았어도, 누가 지켜보고 있지 않아도 자신의 선한 마음을 행동에 옮긴 사람이 멋진 사람일까.

그런 선행을 지나치지 않고 잘 지켜보다가 세상에, 사람들에게 알리는 사람이 멋진 사람일까.


몇 년 전, 우리 동네 중학생 몇 명의 선행이 YTN 뉴스에 소개된 적 있다.

지팡이를 짚고 불편한 걸음으로 횡단보도를 지다 가던 할아버지가 계셨다. 앞서가던 여학생과 남학생 몇몇이 뒤를 힐끔힐끔 돌아보았다. 빨간불로 바뀌고 차가 지나가기 시작하는데도 횡단보도 절반까지밖에 못 오신 할아버지. 여학생은 가던 길을 돌아와 할아버지를 부축했다. 이미 길을 건넜던 남학생은 차도에 떨어진 할아버지 지갑을 주워드렸다.

그 모습은 횡단보도 앞에 서있던 차량의 블랙박스에 고스란히 담겼다. 차량의 주인은 이를 제보했고 그들의 선행이 전파를 탔다. 댓글은 "저 학생들 때문에 우리나라는 희망이 있다.", "저도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기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알고 보면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 다 정 많고 좋은 민족입니다."등 감동, 희망의 물결이었다.


가던 길을 멈추고 빨간불로 바뀐 신호등으로 돌아가 할아버지를 도왔던 학생들은 참 멋진 사람들이다. 각자 갈길 바쁘고 길에서도 휴대폰만 들여다보고 있는 요즘, 쉽지 않은 행동이다. 행여나 괜히 건드렸다가 봉변을 당하면 어쩌나 걱정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용기를 내어 마음 한 편의 소리에 귀 기울여 행동으로 옮긴 멋진 사람들...


그 모습을 보고 많은 이에게 알린 제보자도 멋진 사람이다. 혼자만 안다면 혼자만의 감동이었을 테다. 하지만 제보자 덕분에 뉴스 영상을 본 많은 사람들의 가슴이 훈훈해졌을 것이다. 그 훈훈함이 몸을 돌고 돌 손에 박혀있다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가 시야에 들어왔을 때 서슴없이 손을 내밀도록 해주지 않겠는가. 그러니 선한 영향력을 퍼트린 제보자야말로 진짜 멋진 사람...


무의미한 논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Topic은...

< 누가 더 멋진가. 선행을 한 사람 vs. 그 선행을 알린 사람 >


* "그런데 말이야. 나도 횡단보도에서 할아버지 길 건너시는 거 도와드린 적 있는데, 너랑 OO언니는 그걸 보고도 여기저기 안 알리더라? 그러니까 제보한 사람이 더 멋진 사람인 거다. 뭐! 흥! 칫! 뿡!"

라며 동네 친구는 토라졌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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