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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유정 Nov 30. 2020

아흔네 번째 시시콜콜

< 생활 편 >

"불이야~~~"

며칠 전, 새벽을 가르는 비명소리에 잠에서 깼다. 곤히 자던 남편도 자신이 내지른 소리에 놀라 잠에서 깨버렸다. 집에 불이 나는 꿈을 꿨다고 했다. 이쯤에서 모두 하나같이 외칠 것이다. 

"로또를 사야지!" 


과거 나도 같은 꿈을 꿨었다. 로또가 세상에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로또 하나가 2천 원이던 시절. 

집에 불이 났다. 아이만 안고 허둥지둥 도망쳐 밖에 나와 삽시간에 화염에 싸인 아파트를 바라보는 꿈이었다. 로또를 샀고, 10만 원에 당첨됐다. 

"꿈꾼 이야기를 하지 말고 낮 12시 이전에 로또를 샀다면 1등에 당첨됐을 텐데..."라며 시어머니는 아쉬워하셨었다. 


로또를 사야 한다는 나에게 남편은 힘없이 답했다.

"그런데... 불을 껐어..."

"아..... 왜 그랬어..."

꿈에 불이 나오기는 했으니 로또를 사긴 했지만 남편은 꿈속에서도 불을 끈 자신을 굉장히 원망스러워했다. 

그러더니 얼마 후 장황한 설명을 늘어놓았다.

"그게 바로 나야. 암 그게 나지. 자기 집에 불이 났는데도 로또에 당첨돼보겠다며 끄지 않고 멀뚱히 쳐다보고 있을 만큼 독한 사람이 못되지. 불이 난 꿈을 꾸고 로또에 당첨됐다는 사람들은 그만큼 지독한 데가 있기 때문에 부자가 된 거야."

그렇게 중얼거리고 있는 남편이 딱하고 안쓰러웠다. 마치 불을 끄지만 않았어도 로또 1등은 당연한 결과였다는 듯... 꿈속 자신의 잘못으로 1등이 날아간 것에 대한 자책을 저런 식으로 하는구나... 싶었다. 


결과는 역시 꽝이었다. 꿈속에서 불을 꺼서는 안 된다는 것이 우리 부부를 통해 확실하게 증명된 셈이다. 남편의 말대로라면 난 엄청나게 독한 년이다. 자기 집이 불에 훨훨 타고 있는데도 남의 집 불구경하듯이 쳐다보고 있었으니 말이다. 단돈 십만 원 벌겠다고...


그런데, 로또라는 게 어차피 '운' 아니던가? 평소에 독한 거랑 로또랑 뭔 상관?

지독하게 아끼고 독한 사람이라면 로또 구입 같은데 돈을 쓰지도 않을 것 같은데?


그래서 오늘의 Topic은...

< 꿈속에서 불이 나면 절대 끄면 안 된다. >

< 독한 사람이 돈을 많이 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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