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늘봄유정 Dec 05. 2020

아흔일곱 번째 시시콜콜

< 사회 편 >

방심했다.

수능 끝났다고  입시에서 해방이 아니라는 것을 지난해에 경험해 놓고도 말이다.

체대 입시를 준비하는 큰아이는 수능이 끝나도 입시학원을 다니며 몸을 만들고 실기 준비를 해야 한다. 올해도 수능 바로 다음날 운동복을 챙겨 들고 낮 2시부터 밤 9시까지 운동을 했다. 정시 지원과 실기가 모두 끝나는 1월 중순까지는 절대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된다. 다쳐서도 안되고 아파서도 안된다. 술과 친구를 좋아하는 큰아이에게 끊임없이 잔소리를 하는 '정당한' 이유다.


올해는 여기에 한 가지 주의사항이 더 생겼다. 코로나 19에 감염되거나 확진자의 동선에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 수능 시험과는 달리 실기시험이나 논술, 면접 당일 자가격리 대상자이거나 확진자일 경우 시험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모든 시험이 끝날 때까지 조심, 또 조심해야 하는 상황이다. 결국 내 잔소리는 예년의 몇 배가 됐다. 운동할 때도 마스크를 쓸 것, 쓸데없이 돌아다니지 말 것, 특히 음식점과 술집 출입을 삼갈 것.


대학들은 예산과 인력, 문제 유출 가능성 등의 이유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교육부가 '확진자도 논술, 면접, 실기평가 등에 응시할 수 있도록 비대면 방식을 확대해 달라'라고 권고했지만 대부분의 대학들이 확진자의 응시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입시를 진행하고 있다. 대학별 평가 과정에서 전파가 일어나게 될 경우 책임소재에 대한 논란이 일 수 있으며 다른 수험생에게 감염위험을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나마 일부 대학은 녹화 영상물 제출로 면접을 바꾸기는 했으나 소수에 불과하다. 사실,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은 있다. 학교 내에 별도의 공간을 마련하게 되는 경우 인력과 비용이 발생하게 되고 이동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유출될 수 있다. 이 경우 대학은 공정성의 책임까지 떠안아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부당하다는 생각도 든다. 수능시험만큼이나 중요하며 유일한 기회를 코로나 19 때문에 놓친다는 것이 납득이 되지 않는다. 국가적인 재난으로, 개인의 부주의 때문이 아닌 전 세계적 감염병으로 발생한 일의 책임을 온전히 개인에게 전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재수가 없었다.'라고 하기에는 억울하다. '그것도 자기 관리능력이다.'라고 하는 것은 수험생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다. 예측할 수도 없고 어떤 경우에는 파악조차 할 수 없는 감염경로 때문에 학원이나 독서실까지 다니지 않으며 시험을 준비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시험 응시기회 박탈은 개인에게도 치명적이지만 사회적, 국가적으로도 손실이다. 확진자나 자가 격리자에게 응시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증상이 있어도 검사를 받지 않는 수험생들이 늘어날 것이며 이는 새로운 확산의 원인을 대학이 제공하는 셈이 된다. 이 책임은 교육부도 피해 갈 수 없다. 학교 측의 자율로 맡길 사안이 아니라는 얘기다. 게다가 바이러스의 유행은 앞으로 우리가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마주하게 될 상황이기에 대책 마련에 소극적이어서는 안 된다. 매년 입시 때마다 확진자와 자가 격리자인 수험생을 거부할 것인가?


따라서 오늘의 Topic은...

< 확진자와 자가격리 대상인 수험생들의 대학별 평가 기회는 보장되어야 한다. >


* 엄마의 잔소리만큼 백해무익한 것도 없고 약빨 제로인 것도 없다. 그저, '자기 인생이니 자기가 알아서 하겠지...' 하며 책이나 읽고 글이나 써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흔여섯 번째 시시콜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