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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유정 Dec 08. 2020

아흔여덟 번째 시시콜콜

< 코로나 편 >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발효됐다. 이번 달 28일까지다.

유흥시설 5군데와 실내체육시설, 노래연습장 등은 영업금지 조치가 내려졌다. 음식점, 영화관, PC방, 독서실, 스터디 카페, 놀이공원, 마트 등은 9시까지만 영업이 가능하다. 코로나 통금에 준하는 방역조치란다.

원래 학원, 교습소는 2.5단계에서 집합 금지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방학을 맞은 학생들의 외출을 막는다는 이유로 이와 같은 조치가 취해졌다.


방학이라고? 방학하려면 한참 남았다. 코로나로 학사일정이 조정돼 12월 말, 1월 초로 미뤄진 것을 모른단 말인가? 기말고사가 열흘 남은 이 시점에 방학 얘기가 왜 나온단 말인가?

올해 내내 잠자코 정부의 방역지침을 따랐던 학원, 교습소들도 들고일어났다. 학원 총연합회는 "학원만 예외적으로 3단계에 해당하는 집합 금지 조치를 적용한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집단행동도 불사하겠다고 한다.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PC방, 영화관은 영업이 가능하도록 하면서 왜 정해진 인원이 방역지침을 엄수하며 수업하는 학원에 대해서만 이리도 엄격하냐는 것이다. 이번까지 세 번이나 집합 금지, 집합 제한 명령이 떨어져 몇 달씩 휴원을 해야 했고 교육청의 수시 점검에 시달려야 했다. 더 이상 일방적인 희생을 감수하기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학부모들의 반발도 거세다. 올 한 해 파행이 돼버린 학교 수업으로 가뜩이나 교육격차가 커져버려 불안감이 큰데 기말고사를 코앞에 두고 이런 날벼락이 어디 있냐는 것.

결국, 국민청원에까지 올라왔다.

<수도권 학원, 교습소 집합 금지 제외해주시길 바랍니다>는 청원에 24시간 동안 4만 명이 동의했다.


정부의 입장은 이렇다.

최근 젊은 층에게까지 번지고 있는 코로나 19 확산 추세를 고려할 때 필요한 조치라는 것이다. 다만, 대학 수험생과 취업 준비생은 예외적으로 허용한단다. 이 경우에도 거리두기와 취식금지는 적용된다.

이유는 하나다. 방역.

따져보면 학원, 교습소에만 집합 금지가 내려졌던 것은 아니다. 유흥시설 5군데와 실내체육시설, 노래연습장 등도 단계가 격상될 때마다 몇 주씩 문을 닫지 않았던가. 필요에 따른 적절한 조치였을 수 있다. 덕분에 확산세 감소 효과가 나타났을 수도 있다.



최근에 교습소를 정리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정부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을지 모르겠다는 것. 이참에 사교육 공화국이라는 딱지를 떼려는 건 아닐까 하는...

공교육의 정상화를 아무리 외치고 자유학년제니 고교학점제니 갖은 수를 다 써도 사교육 시장은 날로 커져만 가는 대한민국에서 학원과 교습소를 대대적으로 소탕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코로나라는 그럴듯한 명분도 있지 않은가. 집합금지조치를 반복하다 보면 학부모들도 떨어져 나가면서 대안을 찾을 테고 그러다 보면 나처럼 문 닫는 학원들도 많아질 것이다. 일단 학원 수라도 확 줄여놓고 코로나가 잠잠해져 학교가 정상 운영될 때 공교육의 중요성을 집중적으로 심어준다면?

설마 그렇게 용의주도하게 시나리오를 쓰지는 않았겠지만...


한편으로는 학원 문 닫는다고 불안에 떠는, 나를 비롯한 학부모들이 정상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아이들이 학원에 못 가게 되는 것은 자기주도학습으로 진검승부를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그러다 보면 학원에만 의지하던 습관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공부법을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스스로 성장하는 아이를 보며 학부모의 불안도 가라앉고 공교육을 신뢰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비정상적으로 지출하는 학원비에 대한 부담덜어지는 건 덤이고 말이다.


이런 고민이 무색하게도 스키장의 리프트 줄은 다닥다닥 길기만 하다. 2.5단계 격상이 주는 무게가 어떤 이들에게는 깃털 같다.

정부는 행정편의적인 지침 대신 좀 더 촘촘하고 세밀한 대책 마련을 해줬으면 한다. 코로나 초기에는 모두가 처음 겪는 일이라 국민들도 따르고 지켰지만 이제는 지친 국민들을 생각해 좀 더 효과적이고 성숙한 지침을 내놓을 때도 되지 않았는지... 어쩔 수 없었다면 설명과 설득이라도 공들여 주지...


그래서 오늘의 Topic은...

< 수도권 학원, 교습소의 집합금지 조치를 해제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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