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간식을 모두 누른 인증샷이 올라오면 와플팬을 사고 싶어 안달이 난 이들의 질문이 시작된다.
"살까요, 말까요?"
"제발 사지 말라고 해주세요. 하루에도 몇 번씩 고민 중이라고요."
"내년에도 집콕이 일상일 것 같은데 사야겠죠?"
소심한 나는 댓글 대신 마음속으로 외친다.
'제발 사라고 해줘! 너무 잘 쓰고 있으니 꼭 사라고. 후회하지 않을 거라고 해줘!'
살림은 장비빨이랬다. 있는 장비라고는 핸드블렌더, 전자레인지, 미니오븐, 그리고 25년 전 엄마가 사준 광파오븐(요즘 에어 후라이어와 같은 기능)이 전부다. 갈거나 데우는 도구는 있지만 누르는 건 없지 않은가? 집콕 생활 어언 1년째라 메뉴 돌려막기도 할 만큼 했다. 같은 메뉴라도 식감과 비주얼에 변화를 줄 때다. 그러기엔 와플팬이 제격이다. 무엇이든 누를 자신이 있다. 먹다 남은 떡, 미니 붕어빵, 말린 고구마, 치즈스틱, 냉동만두... 냉동실엔 누를 재료들이 즐비하다.
상상력을 더해 창의적인 요리도 고민해본다. 모든 반찬을 누를 테다. 잡채를 눌러볼까? 명란젓은 어떨까? 부엌은 모든 상상을 현실로 구현시키는 실험실이 된다. 와플팬을 사야 하는 이유다.
간혹 처절한 실패담과 위로가 올라오기도 한다.
와플팬 가장자리로 축 늘어져 흘러넘치는 인절미는위아래로 눌어붙어 '저걸 어떻게 청소한담...'이라는 걱정을 자아낸다. 바삭함과 먹음직스러움이란 없다. 그러면 또 한둘씩 나타나 한 마디씩 거든다.
"조금 더 눌러보세요. 그러면 떨어질 듯."
"기름칠은 하셨죠?"
"제가 그래서 못 사겠어요. 요리 똥손이라 뭘 눌러도 저렇게 될 것 같아요..."
"저렇게 몇 번 하다 보면 저처럼 부엌 찬장 깊숙이 쑤셔 박아두게 돼요."
이런 댓글을 보면 다시 내적 갈등은 시작된다.
'그래... 오히려 저렇게 실패하는 사람이 더 많지 않을까? 기름칠이나 장비의 문제가 아닐 거야. 안 되는 사람은 저것도 안될걸?'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어쩌면 실패한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초반에 반짝 몇 번 누르다 보면 그것도 식상해져서 어느새 주방의 천덕꾸러기가 될 수도 있다. 그러다가 몇 달, 몇 년 후에는 중고거래 사이트에 헐값에 올려놓게 되겠지.
몇 달 전 중고거래 사이트에 살림을 실컷 정리하면서 했던 다짐을 벌써 잊었단 말인가. 이제 다시는 뭘 사들이지 않겠다던 다짐, 사고 싶다면 백번 천 번은 생각해보고 사자던 다짐을.
할까 말까 할 때는 해라! 갈까 말까 할 때는 가라! 살까 말까 할 때는 사지 마라! 먹을까 말까 할 때는 먹지 마라!
코로나로 할 것도 못하고 맘껏 돌아다니지도 못하게 되니 사람들은 사고 싶은 것과 먹고 싶은 것에 온갖 정성을 쏟는듯하다. 모 커피 브랜드에서 시작한 캠핑의자와 여행가방 행사는 타 브랜드로 삽시간에 퍼졌다. 어떤 이들은 브랜드별 여행가방, 캠핑 테이블을 사 모으느라 혈안이 됐다. 호빵 한 개를 전자레인지에 넣고 찔 수 있다는 앙증맞은 찜기는 요즘 가장 핫한 아이템이다. 누르기 챌린지만큼이나 '구했어요 챌린지'마저 성행 중...
절제의 미덕을 발휘할 것이냐, 단돈 몇만 원으로 잠시 잠깐 행복을 살 것이냐.
일단 침 한번 꿀꺽 삼키고 하루만 참아보자...
그래서 오늘의 Topic은...
< 와플팬을 사는 것은 정당하다. >
* 필요성의 문제가 아니라 정당성의 문제를 제기한 것은, 주방에 꼭 필요한 물건은 아니기 때문이다...
* 침 꼴깍 삼키고 하루를 참았더니, 어라? 오늘부터는 밥솥 카스텔라 만들기 챌린지가 시작되고 있다. 와플팬 유행은 벌써 끝나버렸다. 남이 하니 덩달아하고 싶던 건지, 진짜 사고 싶던 건지 더 고민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