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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유정 Dec 04. 2020

아흔여섯 번째 시시콜콜

< 사회 편 >

2019학년도 수능에선 국어 31번 문항이 화제였다. 변별력을 높이기 위한 문제라고는 해도 물리 지식을 요하는 지문에 대한 논란이 일었었다.

올해 치러진 2021학년도 수능에서는 한국사 20번 문제로 시끄럽다.


1부터 4까지의 선택지는 '정부'라는 개념이 있기 전 시대에 관한 설명이다. 지문에 나와있는 단어들만 무심히 보아도 정답은 빤히 보인다. "실소를 금치 못하는 문제다. 초등학생도 풀 수 있을 수준이다. 변별력이 낮은 정도가 아니라 아예 상실했다. 이런 문제가 문제집에 나왔다면 그 문제집은 사지 않았을 것이다"는 의견들이 눈에 띈다. 대학 수학능력을 평가하는 중차대한 시험에서 어떻게 이런 문제를 출제할 수가 있느냐는 비난이 쇄도하는 이유다.

비난은 금세 정치적 논쟁으로 이어졌다. 현 정부가 갖고 있는 남북관계의 방향성을 주입하기 위한 문제라는 주장이다. 모든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세뇌 아닌 세뇌를 하고 있다는 날 선 비난도 있다.


하지만 조금 너그럽게 보자면, 기본적인 역사 지식을 묻는 문항이다. 헌법에도 명시되어 있는 통일의 과제는 현 정부만이 갖고 있는 기조는 아니다. 누구나 풀 수 있는 문제라고 시험에 내지 말라는 법도 없으며 모든 문제가 변별력을 가질 필요는 없다. 이 문제 하나로 등급이 결정되는 학생은 없을 테니 말이다.

"코로나로 지친 수험생을 위로하는 문제다. 보너스 문제라고 생각하자. 수능 한국사는 원래 쉽게 나온다. 남북 기본합의서와 6.15 선언은 단골 문제다."라며 옹호하는 의견들이 보인다.

정치적 이슈에 있어서도 단박에 반박당했다. 인용된 연설문은 현 정권과 상관 없는, 노태우 정부 때 채택한 합의서이므로 정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없다는 것.


인생을 건 진지한 시험장에서 웃자고 덤비는 이 문제를 보고 피식거렸을 수험생들이 그려진다. 어이없어한 학생도 있겠지만, 고 문제 참 귀엽네 하며 웃어넘긴 학생도 있을 것이고, 답이 뭔지 전혀 모르겠는 학생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수능을 치른 큰 아이에게 물어봤다.

"그런 류의 문제는 모의고사 때도 종종 나왔던 거야. 한국사가 절대평가니까 쉽게 나오기도 하지만 그냥 기본 점수 주는 문제라고 생각하면 되지. 꼭 시험 안 본 사람들이 말이 많아요... 이번 국어도 예년보다 쉽다고 하는 기사 보고 화나더라고. 학생들은 얼마나 어렵게 풀었는데. 시험 끝나고 친구들 전화해보니 다 국어에서부터 멘붕 왔다고 난리였는데... 결국 학생들 예상대로 1등급 컷 높지 않았잖아."


학생들 대상 설문조사라도 해야 이 논란이 잠잠해지려나?


그래서 오늘의 Topic은...

< 2021학년도 수능 한국사 20번 문항은 문제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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