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빤스

by 늘봄유정

아빠 빤스는 캘빈클라인

큰아들 빤스는 아디다스

작은아들 빤스는 푸마

화장실이나 목욕탕에서 기죽지 말라고?

<나의 아저씨>에서 송새벽이 말했듯이

마지막은 팬티니?

당장 오늘 죽더라도 팬티만은 당당하게?

아니 아니

빨래 갤 때 헷갈리지 않으려고!


내 빤스는 무명씨

내 당당함은 남편과 아들들이니까?

아니 아니

여자는 나 혼자 헷갈릴 일 없으니까!

싸고 편하면 장땡이니까!

그저 그런 단순한 이유.



아빠 빤스는 캘빈클라인
큰아들 빤스는 아디다스
작은아들 빤스는 푸마
화장실이나 목욕탕에서 기죽지 말라고
<나의 아저씨>에서 송새벽이 말했듯이
마지막은 팬티니까
당장 오늘 죽더라도 팬티만은 당당하게

내 빤스는 무명씨
여자는 나 혼자니 헷갈릴 일 없으니까
어디 갈 데도 없으니까
내 당당함은 그대들이니까


원래는 이렇게 썼던 글이다. 써놓고 나니 묘하게 기분 나쁘고 맘에 안 들었다. 무슨 조선시대 여자도 아니고 내 빤스야 어찌 됐건 우리 집 남자들 빤스만 챙긴다면 그것이 나의 만족이요 당당함이라니.

내가 쓰고 내가 싫어지는 글. 내 빤스가 브랜드 없고 값싼 건 암씨롱도 않지만 내 당당함이 그들이어서는 안 되지. 내 당당함은 '나'인데.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정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