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같은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는데도 두 아이의 성향은 완전 딴판이다.
큰아이는 고기를, 작은아이는 회를 선호한다.
큰아이는 집 밖을, 작은아이는 집안을 사랑한다.
큰아이는 땀내며 운동하는 것을 즐기고, 작은아이는 가만히 앉아 사부작 거리는 걸 좋아한다.
큰아이는 온 동네 아이들과 친하고, 작은아이는 익숙한 몇 명과 친하다.
큰아이는 용돈을 받는 족족 써버리고, 작은아이는 지갑 가득 돈이 쌓인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방의 상태다.
큰아이의 방은 늘 어질러져 있다. 입었던 옷은 벗는 즉시 아무 데나 툭툭 널브러진다. 그 위에 또 새로운 옷들이 켜켜이 쌓인다. 방바닥 가득한 옷들이 카펫을 대신한다. 책상 위는 벗어놓은 마스크와 물컵으로 가득하다. 공부를 할 수 없는 환경이다. 잔소리도 소용없고 치워도 그때뿐이다.
작은 아이의 방은 늘 그대로다. 외출 후 돌아오면 외투나 교복을 옷걸이에 걸어 헹거에 가지런히 걸어둔다. 다시 입을 옷은 잘 접어 한쪽 편에 정리해둔다. 책상 위에는 책이 가지런히 꽂혀있고 신경 써서 치워줘야 할 것은 지우개 가루뿐이다. 잔소리가 필요 없고 딱히 손댈 곳이 없다.
정리가 안 되는 큰 아이의 방 가구를 서랍형으로 모조리 바꾸어 주었다. 너저분했던 것들은 서랍으로 모두 치워버렸다. 헹거 위로 무질서하게 쌓여가는 옷을 없애기 위한 특단의 조치. 다시 입을 옷은 잘 개서 서랍 속으로 넣어버리라고 엄포를 놓았다. 이제 이틀째. 좀 더 두고 볼 일이다.
이러한 조치를 취한 것은 가끔 큰 아이 방을 못마땅하게 바라보는 남편의 시선 몫이 컸다. 이부자리며 방 정리가 잘 되어 있어야 공부도 잘 되고 계획성 있는 삶을 살 수 있다는 잔소리를 아들이 아닌 나에게 흘리기까지 했다. 급기야는...
"어른으로 대접받고 싶다면 방 정리부터 깔끔히 하라고 말해줘~" 라며 나에게 스피커 역할을 요청했다.
이 대목에서 난 빵 터지고 말았다.
결혼 전, 20대 중반 대학생이던 남편의 방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연애할 때 드나들던 남편의 집은 늘 깔끔했다. 주택이었던 그 집의 정원은 늘 손질이 잘 되어있었으며 거실이나 주방 어느 곳 하나 흐트러진 곳이 없었다. 단 한 곳. 남편의 방만 예외였다.
방 한편에 있던 헹거는 쌓인 옷들로 쓰러지기 직전이었다. 침대 옆에 이불이 깔려있었는데, 침대 위에도 옷이 한가득 쌓여 몸하나 뉘일 곳이 없었기 때문에 방바닥에서 자야했던 것이다. 책상 역시 정신없기는 마찬가지였다. 특히 꽁초가 산같이 쌓여있던 재떨이가 인상적이었다. 필시, 어머님도 치우다치우다 포기하신 게 분명했다.
그랬던 그가, 아들에게 말은 못 하고 "송상병, 방이 이게 뭔가?"라며 나만 잡는 게 너무 웃겼다.
자신을 꼭 닮은 아들을 바라보는 게, 흐뭇하지 않을 때도 있구나 싶었다.
큰아들은 아빠를 닮아 고기를 좋아하고 방 정리에 둔하다.
작은 아들은 아빠를 닮아 집안을 좋아하고 익숙한 몇 명과 친하다.
조금씩 조금씩 아빠의 어딘가를 닮은 듯, 아닌 듯...
어쩌면 그 모든 것은 유전의 힘이 아니라 함께 살아온 세월의 힘이거나 학습의 효과일 수도 있을 텐데, 누군가를 닮았다는 말로 쉽게 정형화시키는 거 아닐까 싶기도 하다. 사람은 변할 수 있는데 말이다.
털털하던 남편이 꼼꼼해졌고, 정리정돈을 잘하던 나는 옷을 쌓아두는 것처럼.
그래서 오늘의 Topic은...
< 아들은 아빠를 닮는다. >
* 차마 아들의 방 사진을 올릴 수가 없었는데, 아들의 방과 흡사한 사진을 Pixabay 에서 찾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