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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유정 Mar 09. 2021

남들 다하는 건 우리도 해야 한다.

백아홉 번째 시시콜콜

열흘 전, 옷장의 옷을 죄다 꺼내놓고 정리를 하느라 헥헥거리는 내 옆에 남편이 쓰윽 다가왔다.

"당신, 힘들지?"

엥? 왜 이러지? 도와주려는 얼굴은 아닌 것 같고, 왠지 불안했다...

"힘들지~. 왜? 도와주려고? 근데 그 얼굴 표정은 뭐야?"

남편은 밑도 끝도 없이 환하게 웃으며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부담스러워~. 뭐야? 빨리 말해! 뭐 잘못했어?"

"아니 아니~ 힘들어하는 거 보니까 좋은 정보 하나 알려주려고! 잠깐 은행 한번 다녀와서 100만 원이 200만 원 되는 일이 있다면 해야겠어, 말아야겠어?"

"푸하하하! 그거 딱 사기꾼들이 하는 말이잖아. 당신의 표정이 딱 그거네! 사기꾼에게 당한 줄도 모르고 확신에 찬 사람의 표정."

"내 말 좀 들어봐. 이번에 OO이라는 회사의 공모주 청약이 있는데 말이야~"


이렇게 시작된 남편의 설명은 한참을 이어졌다. 주린이 정도가 아니라 주식 세포도 못 되는 나는 도통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러니까, 은행에 가서 당신이 하라는 대로만 하면 된다는 거지? 애들도 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형국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없는 살림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어 애쓰는 남편을 그렇게라도 도와주고 싶어 해 주기로 했다.


그런데 그 과정이 쉽지 않았다. 아니 어려웠다기보다는 번거로운 일이었다. 은행에서 돌아와 각 증권사마다 아이디와 공인인증서를 등록해야 했는데 하다 보니 짜증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대체 무슨 돈을 얼마나 버는 거길래 이렇게 시간과 에너지를 써야 하는 건지,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 일이기는 한 건지 의심도 들었다. 불편한 심기를 고스란히 드러낸 나에게 남편은 냉소적으로 한마디 던졌다.

"어디 가서 그만큼 돈 벌어올 자신 있으면 하지 마!"

'그렇지... 난 그만큼의 돈도 못 버는 사람이니 시키는 대로 이거라도 해야지...'

남편의 한마디가 무거운 돌덩이가 되어 가슴을 짓눌렀지만 항변도 못하고 일을 마무리했다. 남편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주식이다 비트코인이다 뭐다해서 순식간에 몇 배의 돈을 버는 사람들을 보며 남편은 자괴감이 들었을 것이다. 그런 횡재수는 우리와는 먼 일이라고 여기며 살아온 것이 잘못이었구나 싶기도 했겠지.

"그렇게 개나 소나 다 하는 걸 왜 하나 생각하며 살았는데 그게 문제였어. 개나 소나 다하는데 우리는 안 하고 살았으니 남들 버는 돈을 우리는 못 벌고 있었던 거 아닐까 싶어."

남들만큼 벌지는 못해도 남들만큼은 알고 있어야겠다고 결심했는지 남편은 몇 주 동안 경제 관련 서적을 쌓아놓고 읽어댔다. 휴대폰으로는 유튜브를 틀어놓고 컴퓨터 화면의 주식 그래프를 들여다보며 며칠을 보내다가 '유레카!'를 외친 아르키메데스 같은 얼굴로 와이프에게 달려온 것이다.


그는 틈만 나면 아이들과 나를 앉혀놓고 자신이 공부한 것을 열심히 설명한다. 나는 그저 고개만 끄덕일뿐이다. 솔직히 말하면 관심이 없어 귀담아듣지 않게 된다. 그러면서 갈등한다.

'이렇게 관심 없이 살아서는 안되는 거 아닌가? 요즘은 만나는 지인들마다 모두 주식 얘기던데, 나도 공부하고 편승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공부한다고 되는 일이기는 한가? 아무리 땀 흘려 버는 돈의 가치가 바닥으로 떨어진 세상이라지만, 그래도 시류에 편승하는 게 최선일까? 편승하면 낄 수 있기나 한 건가?'


그래서 오늘의 디베이트 Topic은...

< 남들 다 하는 것은 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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