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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유정 May 15. 2021

정의란 무엇인가

용인에서 교육자원봉사를 시작하면서 저에게는 바람이 하나 있었습니다. 내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 자원봉사로 디베이트를 전하고 싶다는 것이었죠. '기왕이면'이라는 마음이 발동했던 것입니다. 

'기왕 봉사할 거라면 내 아이가 다니는 학교부터...'

'어차피 할 거라면 우리 동네 학교부터...'

그런데 여태까지는 학교에 그런 얘길 해보지 못했습니다. 디베이트에 반감을 가진 교장선생님이 계셨을 때는 더더욱 그랬고 교장선생님이 바뀌신 후에는 코로나로 정신이 없었던 까닭입니다. 

그러다가 올해는 큰 결심을 하고 제안을 해보았습니다. 큰 관심과 호응을 보이신 교감선생님과 한 학년 전체에 디베이트 수업을 해볼까 하는 고민을 함께 해보기도 했지요. 빠듯한 학사일정으로 무산되기는 했지만요.

대신 교내 디베이트 동아리에서 2회에 걸친 봉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뿌듯했지요. 아들 둘의 모교에서 디베이트 수업 봉사를 하다니... 

그러다가 슬슬 욕심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OO아. 엄마 6월에 너희 학교 디베이트 동아리에서 수업하기로 했다?"

"아. 그래? 거기에 내 친구 OO이도 있는데..."

"2학년 애들이 주축이 될 테니 네 친구들도 많겠네... 그래서 말인데, 너가 하는 수학동아리에서도 디베이트 한번 하는 거 어떨까? 주제를 정해서 디베이트 한번 하자~ 수학동아리에서 디베이트 하면 완벽한 융합형 인재라는 걸 생기부에 남길 수 있지 않을까?"

밥을 먹던 아이가 숟가락을 내려놓고 저를 쳐다보며 정색을 했습니다.

"엄마! 그러다가 큰일 나~ 자식이 다니는 학교에서 자원봉사를 했는데 사실은 그게 자기 자식의 비교과 활동 스펙을 만들어주기 위해서였다는게 밝혀지면 어쩌려구 그래? 게다가 학부모회장이 그랬다고 하면? 자원봉사하는 순수한 의도도 다 자식을 위했던 걸로 돼버리는 거 아냐?"

"아...... 그러네..... 엄마가 그 생각까지 못했다..."

순간 이성을 잃고 야욕을 드러낸 저의 뒤통수를 한대 쳐주는 아들의 일침이었습니다. 

"OO이가 엄마 아빠보다 낫네. 낫다."

저희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남편의 한마디였습니다. 



다행입니다. 아들까지 호응했다면 저는 어떤 제동도 없이 일을 진행했을 테죠. 언론을 통해서 숱하게 봐 왔던 많은 부모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문제의식도 느끼지 못했을 테고요. 

아들 덕분에 부도덕한 길로 빠지지 않았음에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원리원칙주의자여서 때로는 답답하다고 느낀 적도 있던 아이였는데, 그래서 다행이었네요...

무엇이 정의인지, 무엇이 정의롭지 못한것인지를 아이에게서 배웠습니다.


'기왕이면 우리아이 학교에서 봉사를 하고싶다'던 생각에도 음흉한 계략이 숨어있지 않았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엄마의 봉사로 아이에게 어떤 긍정적인 효과가 있기를 바랬던것이죠. 

이렇게 또 아이를 통해 깨닫고 반성하게 됩니다. 마주이야기의 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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