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과외는 진짜 안 맞는 것 같아. 안 하고 싶어."
"엥? 뭐? 지금? 당장? 오늘 처음 했는데?"
"계속하는 건 너무 힘들 것 같아."
"아니.. 뭐... 학원만 다니다가 과외라는 걸 처음 해보니까 그렇기야 하겠지만... 적어도 한 달은 해보고 결정해야 하는 거 아닐까?"
"싫은데..."
"뭐가 싫은 건데? 과외라는 것 자체가 적응이 안 되는 거야, 아니면 선생님이 마음에 안 드는 거야?"
"선생님 목소리가 바로 옆에서 쨍쨍 쨍 들리는 것도 신경 쓰이지만 과외 자체가 나랑 안 맞는 것 같아. 문제를 풀으라 하고 계속 지켜보시는데 맘 편히 풀 수가 없었어. 방안에 선생님이랑 둘이 나란히 앉아서 같은 문제집을 들여다보고 있는 거... 으~~~ 다시는 안 하고 싶은데?"
"아... 그래서 선생님이 첫 수업 후에 수업료를 보내라고 하신 걸까? 혹시 너 과외비가 너무 비싸서 엄마 아빠 부담될까 봐 그러는 거야? 그런 거라면 걱정 안 해도 돼~ 마침 형이 군대 가서 형 용돈만큼의 돈이 너 대입 때까지 절약되잖아~ 그걸로 과외하면 되는데?"
"하하하... 꼭 그런 건 아니야~"
"첫 수업 하자마자 그만두겠다는 말을 어떻게 꺼내야 할지 난감하다... 물론 엄마가 난감하다는 이유로 네가 싫다는 걸 억지로 하게 할 생각은 아니지만... 그런데 OO아. 다니던 학원을 끊고 과외를 해보자고 했던 건 네 국어 성적이 좀처럼 오르지 않아서였잖아. 학원도 그만뒀고 과외도 이렇게 그만둬 버리면 2 주남은 기말시험을 어떻게 보려고 그래?"
"혼자 해봐야지."
"혼자서 안 해봤던 게 아니잖아. 1학년 때 혼자서 하다가 성적이 안 올라서 반년 전부터 학원 다닌 건데..."
"내가 이번 기말 시험 잘 봐서 등급 올리는 걸로 증명하면 되지 않아? 만일 혼자 했는데 성적이 안 오르면 그때 과외든 학원이든 할게."
"불안하지 않아? 걱정 안 돼?"
"안 불안한데? 학원에서 하던 것처럼 내가 하면 되지. 학원도 별다를 것 없었는걸? 문제 풀고 설명하고..."
더 이상은 강권할 수 없었습니다.
인강을 선택할 때도 강사의 말투, 화법이 나랑 맞는지 샘플 강좌를 들어보고 결정하라던데, 과외는 말할 것도 없지요. 아이가 도저히 못하겠다, 자신이랑 안 맞는다, 선생님도 별로다라고 하는데 더 이상 버틸 이유는 없었습니다. 일주일에 두 시간 강의 치고는 꽤 부담되는 금액이기도 했구요.
당연히 그만두어야 하지만 마음은 복잡해지더군요.
일단, 큰아이 작은아이 둘 다 다니던 수학학원 선생님께서 먼저 제안하고 연결해준 과외선생님이라는게 걸렸습니다. 특목고 아이들을 지도하는 베테랑이라서 빈 시간이 없는데 어렵사리 시간을 낸 것이라는 설명도 함께였습니다. 그만둘 경우, 과외쌤 당사자뿐 아니라 소개해준 선생님께도 곤란한 상황을 설명해야 하는 것은 온전히 제 몫이었습니다. 하지만, 엄마의 난처한 입장은 당사자인 아이의 완고한 주장보다 우위일 수 없었습니다.
하루 만에 수업을 그만둔다는 것도 용납하기 힘들었습니다.
전, 여기저기 설명회를 들으러 다니는 사람도 아니고 아이가 별문제 없이 다니면 한 군데 학원만 주구장창 보내는 무심한 엄마입니다. 오죽하면 큰아이는 중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5년 동안 한 수학학원만 다녔을까요. 작은아이도 그곳에서 3년을 다니다 고등학교 올라가며 수학학원을 옮겼고 1년반째 다니고 있으며 고3 때까지 뼈를 묻을 계획이고요. 그러니, 한번 수업 후 그만두겠다는 아이의 도발은 그간 쌓아온 엄마의 신념에 흠집을 내는 것이라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한번 시작하면 한 군데서 끝을 본다는, 엄마만의 고집 말입니다. 하지만 아니다 싶을 때 빨리 결정해야 한다는 아이의 고집을 이길 수는 없었습니다.
가장 걱정되는 것은, 학원과 과외선생님의 도움 없이도 아이의 성적이 오를 것인가였습니다.
무엇보다도, 성적 향상을 절실하게 원한 것은 아이였습니다. 학원이 성에 차지 않아 다른 방법을 모색해보자고 한 것도 아이였구요. 부담되는 가격임에도 선뜻 응하는 아이를 보며 '저 아이도 절박해하는구나... 그러니 시켜주는 게 맞는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니 하루 만에 과외를 두고 공중에 붕 떠버린 상황에서 가장 걱정되는 것은 '그래서 이번 기말시험은 어떻게 할 건데?'였습니다.
혼자 공부해서 성적을 향상하는 것으로 '과외 무용론'을 입증하겠다는 아이를 보며 TV프로그램 '강철부대'의 유명한 구호가 생각났습니다.
"결과로써 과정을 입증하겠습니다!"
과정의 가치를 모르는 바는 아니나, 성실했던 과정을 인정받는 것도 결국은 좋은 결과가 나왔을 때라는 것을 압니다. 마음에 드는 성적이 나오지 않게 되면 과거의 성급했던 결정을 후회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때 아이를 말리지 않았던, 한 달 만이라도 해보고 결정하자고 설득하지 않았던 제 자신을 책망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결과로 자신의 선택을 입증하겠다는 아이를...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