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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유정 Jul 01. 2021

입대 2주 전...

얼마 전 친구들과 부산여행을 다녀온 큰 아이는 집에서부터 차를 렌트했습니다. 면허를 딴지 일 년이 갓 넘은 녀석이 차를 몰고 부산 여행을, 그것도 렌트해서, 그것도 밤에 출발한다는 게 영 미덥잖고 못마땅했죠. 악명 높은 부산 시내 운전은 또 어떻고요.


여행 며칠 전부터 아들을 쫓아다니며 잔소리를 늘어놓았습니다.

"운전한 지 얼마 안 된 친구들에게는 운전대를 주지 마. 그나마 네가 나을 것 같아."

"스무 살 애들끼리 렌트해서 여행 갔다가 사고 났다는 뉴스 많이 봤지? 무조건 안전운전, 방어 운전해야 돼. 알았지?"

"바닷가 옆, 호수 옆 지날 때 조심해. 물에 빠지면 어떻게 하라고 했지? 정신만 바짝 차리면 돼. 차가 완전히 물에 잠기면 문이 열린다니까 그렇게 해야 해 알았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최악을 상상하며 단속 또 단속, 잔소리 또 잔소리를 했네요.

짐가방을 메고 집을 나서는 아이에게 마지막으로 한마디 더...

"고속도로에서 트럭 뒤는 쫓아가지 마!"

"알았어."

"트럭 앞으로도 가면 안돼!"

"응"

"트럭 옆에도 서있지 마!"

"응. 응? 그럼 어떻게 가라는 얘기야? ㅎㅎ"


아예 붙들어놓고 아무 데도 못 가게 할 것이지... 쯔쯔쯔...


아들은 부산 여행을 무사히 잘 다녀왔습니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사고가 날뻔했던 아찔했던 순간, 차를 긁어서 고심했던 몇 날 며칠의 이야기를 낄낄대며 늘어놓더군요.

"이젠, 어디서든 얼마든지 운전할 수 있어. 3일 만에 운전실력이 확 업그레이드됐어." 라며 우쭐해졌습니다.

"그럼 뭐하냐. 곧 군대 가는데..."


입대를 2주남짓 앞둔 지금.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족과 떨어져 지내게 되는 아들을 보며 생각이 많아집니다.

밤새 놀다 귀가하는 아들 때문에 뒤척일 일도 없을 테고, 체대생이지만 학기 내내 침대에 누워 수업을 듣는 꼴을 더 이상 안 봐도 되니 후련합니다.

남다른 먹성을 자랑하던 아이가 없으니 식비 지출도 줄어들 테고 자정에 고기를 굽는 일에서도 해방이니 더없이 좋습니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존재만으로도 든든하던 아이의 부재는 꽤나 클테지만, 선배맘들 말이 그것도 잠시라고 하더군요. 잦은 휴가 이른 전역에 귀찮아진다네요. 정신 차린 줄 알았던 아들이 입대 전 생활로 돌아가는 것도 금방이라고 하구요.


그래도, 아들의 입대는 엄마와의 선긋기에 좋은 구실일까 봐 서글퍼집니다.

태어난 이후로 아이의 삶은 줄곧 '독립'을 향한 걸음이었습니다.

24시간 엄마랑 붙어있던 아가는 어린이집을 가고 학교를 가며 차츰 엄마와 떨어져 지내는 시간을 늘렸습니다. 급기야 24시간 떨어져 지낼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엄마의 관심과 잔소리가 닿지 않는 곳에서 물리적, 정신적 독립을 맞게 되는 날이 다가옵니다.


이제는 정말 온전히 '너'가 되는구나.

트럭 뒤를 따라가든 옆으로 나란히 가든 앞을 막고 가든... 이젠 엄마가 관여할 수 없겠구나... 아니, 이미 관여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을 이제야 자각하는 구나...

그게 맞겠구나...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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