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목요일, 네가 없는 밤을 벌써 3일이나 보냈구나.
이제는 조금 무뎌진 것 같다가도 네가 좋아하는 고기를 굽다 보면, 네가 벗어놓고 간 빨래를 빨고 개다 보면 또 서운함이 몰려오네.
생각날 때마다 수시로 네 방에 가본단다. 새로 빨아 덮어놓은 이불이지만 네 냄새가 여전히 묻어 있을 것만 같아 코 한번 박아보고 나온단다. 네 생일 때 친구에게서 받은 커다란 기린 인형에서는 희미하게 네 냄새가 전해지더라. 달짝지근한 땀냄새. 기린이라도 있어서 다행이다 싶다.
아마도 이 짓을 하는 것은 나 혼자만이 아닌가 보더라.
어젯밤 잠들기 전 네 방에 들렀을 때 분명히 문을 한 뼘만큼만 열어놓았거든? 아침에 일어나 다시 갔을 때는 방문이 활짝 열려 있더라? 범인은 뻔하지. 이른 아침 집을 나선 아빠.
저녁에 집에 올 때마다 엄마에게 "또 울었어?"라며 장난스럽게 물어봤지만 아빠도 너의 부재로 인한 허전함을 어찌할 줄 모른다는 걸, 엄마는 알고 있지.
날이 덥다.
코로나로 입소 후 2주간의 자가격리 기간 동안 야외훈련이 없다고 하니, 더위 많이 타는 네게는 다행인 일이다.
엄마는 점점 몸이 붓고 피곤하고 무기력해지는구나. 여름이면 늘 그래 왔건만 이 모든 나른함을 '아들의 입대'때문으로 몰아붙이게 된다. 평소와 다름없이 지내고 있는데 유난히 할 일이 없게 느껴지고 하루가 더디다. 이것마저 너의 부재 때문이라고 변명을 한다.
입대를 앞두고 가입했던 < 군인아들부모님카페(군화모) >를 탈퇴했단다.
4만 명 이상이 가입한 카페, 아들을 군대에 보내고 그리움이 차오른 부모들의 이야기가 넘쳐나던 그곳이 처음에는 꽤 위로가 됐지. 그런데 그곳만 들락거리는 나 자신이 한심해 보였단다. 마치 초등학교 첫 입학을 시킨 부모처럼 여전히 안절부절못한 모습이 싫었다. 소식을 알 수 없어 불안한 마음이야 어쩔 수 없다지만, 연락이 닿자마자 어린아이 다루듯 하나하나 다 챙기는 모습이 과해 보이기도 했지.
여전히 군대란 곳이 사건사고가 끊임없이 일어나는 곳이고 며칠 전에도 열사병으로 숨진 일병의 소식에 안타깝고 불안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부모는 그 모든 걸 막아주는 사람이 아님을 안단다. 그럴 능력도 안되지.
카페에 올라온 어느 어머님의 불만이 나의 카페 탈퇴에 결정타를 날렸다.
다른 부대는 선임 장병의 이름과 연락처를 알려준다는데 왜 우리 아이 부대는 알려주지 않느냐는 것이었지. 궁금한 것도 많고 당부할 것도 많아 선임에게 직접 연락하고 싶은데 연락처를 알려줄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이런 건 어디에 신고할 수 있냐고 하더라. 댓글에 누군가가 답변하기를, 부대의 특성상 보안이 필요한 경우 알려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했지.
우리 아이 사진이 안 올라온다, 며칠째 전화가 안 온다, 휴가는 언제 나오냐 등 다양한 질문과 불만의 글이 엄마는 시끄럽게 느껴지더라.
글쎄... 투명한 군대, 소통이 되는 군대를 지향한다고 하지만 모든 걸 오픈할 수도, 해서도 안 되는 게 군대 아니던가?
글쎄... 한창때 성인 남성을 군대에 보냈으니 당연히 속속들이 알 권리가 있는 거 아니냐, 이렇게 아무 연락도 안 되는 건 문제가 있는 거 아니냐고 하지만 선은 지켜야 하는 게 아닐까...
답을 찾을 수 없던 엄마는 카페를 탈퇴했다.
엄마는, 걱정스럽고 불안하지 않다.
네가 건강히 잘 지낼 것을 믿기 때문이란다. 밥도 잘 먹고 똥도 잘 쌀 것이며 친구도 전국구로 잘 사귀겠지. 피할 수 없는 사건사고만 생기지 않기를 기도하련다.
엄마는, 그런 걱정조차 할 수 없는 이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생기더라.
자식을 일찍 여윈 이들에게, 내가 가진 그리움과 불안함은 사치이자 자랑질에 불과하지. 네가 보낼 하루를 생각하며 엄마도 하루하루 열심히 지내보련다.
그래도, 국군에서 만들어놓은 대국민 국군 소통 서비스 <더 캠프>는 매일 들여다봐야겠다.
다음 주면 인터넷 편지도 쓸 수 있다고 하고, 3주째부터는 사진도 올라온다고 하니...
고 정도는 할란다.
너 그거 아니?
이제 전역까지 545일 남았다.
그날이 오긴 오냐고 놀리며 보냈는데, 미안하다.
오긴 올 거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