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빈자리

전역까지 D-541

by 늘봄유정

정확히 일주일이다.

너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던 시간, 네 얼굴을 만질 수 없던 시간.

그런데, 거짓말처럼 적응이 됐다.

섭섭해하지는 말아라. 보고 싶지 않다는 얘기는 아니란다. 눈물이 차오르지는 않는다는 얘기지. 하루에도 수십수백 번씩 네가 떠오르고 보고 싶단다.


네 빈자리는 곳곳에서 드러난다.

하루 종일 어질러지지 않는 네 방이 먼저다. 허물처럼 벗어놓은 옷으로 카펫을 만들어놓았던 네 방바닥은 24시간 마루를 드러내놓고 있다. 밤새 먹었던 음료 캔, 페트, 과자봉지가 가득했던 책상은 일주일 전 엄마가 치워놓은 그대로지. 헤벌레하게 열린 틈으로 옷들이 탈출을 시도하고 있던 서랍들은 굳게 닫혀있다.


네 빈자리는 냉장고에서 드러난다.

입대한 후 한 번도 장을 보지 않았는데 먹을 것이 줄지를 않는다. 아직도 냉동실에 고기가 가득하고 냉장실 가득 찼던 음료들도 그대로다.


네 빈자리는 빨래에서 드러난다.

외할머니가 우리 집에 오실 때마다 세탁소 같다고 했던 말 기억하지? 하루에 빨래를 세 번씩 돌리고 베란다 가득 빨래가 널려있던 우리 집을 두고 하신 말씀이지. 그런데 말이다. 빨래가 반으로 줄었다. 사람은 한 명이 줄었는데 빨래는 어떻게 반이 줄 수가 있지? 덕분에 세 개였던 건조대를 하나만 펼쳐놓는 여유를 만끽하고 있다.


네 빈자리는, 온 동네 사람들이 알더라.

어떻게 알았는지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 이웃마다 네 안부를 물었지.

"호재는 입대 잘했죠?"

"호재 군대 갔다면서? 당분간은 맘이 좀 그렇겠다..."

"어머나.. 어떻게 그 꼬맹이가 벌써 군대를 갔어요? 처음에 이사 왔을 때 다섯 살이었는데..."

"무사하고 건강하게 잘 있다 오라고 기도할게요~"

덕분에 평소 인사만 하던 이웃들과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서도 한참 동안이나 대화를 나누었단다.


네 빈자리는, 엄마의 휑해진 마음에서 가장 많이 드러난다.

너 하나 없을 뿐인데,

평소에 살갑게 붙어있던 네가 아닌데도,

엄마는 무지 심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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