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소 들어간 신병이 4박 5일 휴가라니.
얼마나 놀랍고 반가웠는지 모른단다. 훈련병들에게 작은 화분을 하나씩 나눠줬는데 네가 제일 잘 키워서 포상으로 휴가를 받았다며 신나서 얘기하는게 신기했다. 뽀얗고 아기 같던 얼굴이 조금은 늙은 것 같기도 했고 새까맣게 그을렸더라. 제법 군인티가 났지. 환하게 웃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해주는 널 보며 엄마도 덩달아 신이 났어.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그런데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더라.
훈련소 들어간 지 일주일밖에 안됐는데 어떻게 휴가를 나오지?
훈련도 안 하고 내내 자가격리만 했을 텐데 왜 얼굴이 그을렸지?
논산훈련소에서도 휴가를 준다고? 코로나 때문에 자대 배치받은 군인들도 휴가를 못 나오는 이 시국에?
말이 안 되는 줄은 알았지만 기분 좋은 꿈이었단다.
꿈에서라도 볼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한 적은 없는 것 같은데 꿈에서라도 봐서 하루 종일 행복했단다. 아마, 어제부터 인터넷 편지를 쓸 수 있게 된 것이 마음의 답답함을 해소시켜주었고 해소된 김에 꿈결에도 보였나보다.
어제 처음으로 네게 닿을 수 있는 편지를 썼다.
브런치에 혼자 끄적이던 편지 말고 인쇄된 글씨로 네게 전해질 편지. 쓰고 지우고 쓰고 지우기를 여러 번 했단다. 1500자 이내로 제한되어 있으니 꼭 필요한 말, 꼭 전하고 싶은 말만 넣어야 할 텐데. 그게 뭔지 잘 모르겠더라.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은 누구라도 쓸 수 있는 식상한 말, '아들을 군대 보낸 엄마라면 반드시 이 단어들을 넣어서 편지를 쓰시오!'라고 배웠나 싶을 만큼 뻔한 말로 도배된 편지를 보내버렸다. 마지막엔, 통장에 얼마간의 돈을 넣어놨으니 px에 가거들랑 필요한 것을 사라는 당부의 말까지...
더 이상의 말이 뭐 있겠나 싶다.
건강하라는 말, 보고 싶다는 말, 돈 보냈다는 말 빼고 무슨 말이 소용 있을까.
그래서 말인데, 여자 친구 없이 입대한 네가 약간은 불쌍해지더라. 오매불망 여자 친구의 편지를 기다리는 기분, 애절함을 느껴보는 것도 좋았을 텐데... 솔직히, 엄마 편지가 뭐 그리 기다려질까 싶기도 하더라.
오늘 미용실에 갔는데, 어떤 이가 그러더라.
군대 간 아들 녀석이 저녁 시간에 휴대폰을 받고서도 전화 한 통이 없더란다. 여친이랑 통화하느라 엄마와의 통화는 뒷전이었다지. 그러다 어느 날 전화가 와서 엄마는 이게 웬일인가 싶었고 너무 반가웠대. 그런데 아들 녀석 하는 말이, 밥이 너무 맛이 없다고... 그렇게 징징거리고 투덜거리다가 끊더란다.
그런 거지 뭐. 하하
엄마란 사람은, 사랑을 속삭이는 대상은 아니지.
맛없는 밥을 먹었을 때, 특정 음식을 떠올릴 때나 생각나는 사람이지.
그래서 다행이다 싶다. 적어도 하루에 세 번은 엄마가 생각나지 않을까.
넌 가끔가다 내 생각을 하지?
난 가끔가다 딴생각을 해.
미안...ㅎㅎ 여자 친구가 써야 할 멘트를 엄마가 그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