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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유정 Jul 31. 2021

남편의 시선

"당신에게 글 소재를 하나 줄까?"

퇴근한 남편이 다짜고짜 던진 말입니다.

"그래~ 좋아~"

"제목은, '남편의 시선'이야."

"남편의 시선? 무엇을 향한 시선? 뭘 보는 건데?"

"그러니까, 뭘 보는 거냐면?"

그러더니 혼자 막 웃습니다. 


"퇴근하면서 현관문을 열고 들어올 때 내 시야에 항상 펼쳐지는 장면이 있어. 거실에서 실내 자전거를 타고 있는 당신 모습. 거의 매일 그런 것 같아. 아마 당신이 나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다면 그 장면이 제일 기억 날 것 같으네..."

"하하하. 그렇지. 나처럼 실내 자전거를 사서 잘 쓰는 사람 없을걸? 한 번도 빨래 걸이로 사용해본 적이 없어. 이거 산지 10년도 넘은 것 같은데 아직까지 타고 있잖아."


그랬습니다. 

제가 실내 자전거를 타며 운동하는 시간은 항상 밤 10시였습니다. 하루 일과를 끝내고 자전거를 타며 책을 읽거나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시간. 그게 저만의 루틴이지요.

퇴근하는 남편의 루틴에 저의 루틴이 포함되어있을 줄은 몰랐네요. 항상 같은 시간에 자전거를 타는 아내의 모습을 눈에 담고 있었다니. 10년째 타고 있지만 변함없는 체형까지 함께 담았겠네요.


그렇다면 이쯤에서 궁금해집니다. 남편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 내게 각인된 남편의 모습은 무엇인가.

뭐가 들었는지 묵직한 가방을 메고 출퇴근하는 모습? 아닙니다.

냉장고 문을 열고 한참을 들여다보며 서있는 모습이 떠오릅니다.

"뭐해? 뭐 먹을 거 줘?"라고 물어보면 늘 한결같이 대답합니다.

"신경 쓰지 마~ 취미생활 중이야~"


누군가를 떠올릴 때, 가장 처음 떠오르는 장면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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