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마! 그것도 6만 원에 걸어놨다가 안 되겠어서 빨리 털어버리려고 내려서 걸어놓고 잊고 있던 건데, 체결됐다고 문자가 왔더라고. 아주 속이 후련해."
남편은 상당히 아쉬워했습니다.
7월 중순 공모주 청약 날부터 이 종목은 7만 원을 간다고 주문처럼 외우고 다녔거든요. 그래서 평소 공모주를 대하던 저의 행동 패턴까지 바꿔가며 기다렸던 겁니다.
주식을 할 줄도 모르고 관심도 없는 저이지만 괜찮다는 종목, 남들 다하는 종목에 청약을 해서 상장하는 날 바로 팔아버리면 적게는 만원에서 많게는 5만 원까지 수익을 얻고는 했거든요. 가만히 앉아있으면 누가 그 돈 주냐, 배민이나 쿠팡 이츠 배달한다 생각하고 손가락 조금 까딱여서 치킨값이라도 벌어보자고 벌인 일이었습니다.
당연히 더 많은 수익을 기다리며 며칠 묵히는 법이란 없습니다. 상장하는 날 오전 중으로 팔아 해치우기가 저의 소소한 전략.
그런데 SD 바이오센서라는 종목에 대한 남편의 애착 때문에 한 달을 끌어온 것이었습니다.
7만 원은 개뿔, 6만 원의 문턱도 못 넘고 있는 게 안쓰러우면서도 매일 들어가 시세를 확인하는 게 참 저랑 안 맞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팔아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던 거죠. 그게 남편은 또 마음 아팠던 겁니다.
"코로나 때문에 이 종목은 이번 달 안으로 7만 갈 것 같은데... 내 얘기가 아니고 전문가들이 그러던데..."
전, 조용히, 조곤조곤 얘기해주었습니다.
"여보... 내가 한 100주, 1000주 있는 사람이라면 얼마에 파는지가 굉장히 중요하겠고 당신이 말하는 시가 총액이나 실적 발표 같은 거에 관심이 많겠지만 꼴랑 2주 갖고 있는 내가 7만 갈 때까지 앱을 들락거리는 건 시간낭비 에너지 낭비야. 원래대로 상장 날 팔았으면 6만 원 넘게 팔았을 텐데 한 달 동안 갖고 있다가 주당 7천씩 14000원 수익을 내고 끝낸 거잖아. 치킨 한 마리 값도 못 벌었다고... 그러니... 잊어! 꼴랑 2주 갖고 있던 사람한테 너무 가혹한 시간이야. 하하하"
"하하하. 듣고 보니 그러네. 당신 2주밖에 없었나? 그러네. 수익은 항상 옳은 법이니까. 하하"
그래서 다시 제 원래 투자전력, 기조를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한 번의 청약으로 치킨 한 마리 값만 벌기.
물론 그마저도 뜨문뜨문 생각날 때나 하지만 그게 어딥니까?
그런데 말입니다.
다행히도 말입니다.
다른 증권회사 계좌에 SD 바이오센서 주식이 3개나 숨어있었지 뭡니까? 받아놓고도 잊고 있었던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