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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유정 Aug 06. 2021

<로또에 당첨되어도 회사는 잘 다닐 거지?>-신재호

실배 작가님께 띄우는 편지

77년생 동갑내기 친구 재호에게.


재호야~ 실배라고 불러야 하나?

사실, 초면이라고 해도 될 만큼 우리는 완전, 쌩판 모르는 사이인데 이렇게 반말로 편지를 쓴다는 게 미안하구나. 당황... 스럽지? 나 역시 이래도 되나 싶었지만, 용기 내어 글을 써본다.


'삶의 촉수' 작가님에 이어 두 번째로 만난 이웃 작가님의 책이 <로또에 당첨되어도 회사는 잘 다닐 거지?>란다.

책을 받자마자 제목과 표지 일러스트를 보면서 한참을 궁금해했어.  "로또에 당첨되어도 회사는 잘 다닐 거지?"라는 질문은 일러스트 속 남자의 눈을 가린 여자의 질문일까 아니면 웃고 있는 남자가 자신에게 묻는 질문일까. 나에게 네 책을 읽는 것은 그 답을 찾는 과정이었단다.



40대를 지나고 있는 남자가 자신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것에서 시작하는 이 책은 아빠이자 남편, 아들이자 직장인, 그리고 작가로서의 삶을 담담히 서술하고 있지. '담담히'라고 표현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치열히' 살고 있는 40대 중년 남성의 전형이었어. 어디서든 볼 수 있지만 어디에서도 읽을 수는 없던 삶이지.

집에 일찍 들어가도 반기고, 밥을 같이 먹어도 부담되지 않는 방법을 찾고 싶다. 나중에 나이 들어도 가족 안의 정당한 구성원으로 인정받고 싶다. 어떻게 해야 좋을까?   (p106)
우리는 무엇을 위해서 이 삶을 선택한 것일까. 진정 우리를 위해서는 아닐 것이다. 결국 아이들을 위해서다. (p115)



수다나 글로 어떻게든 속내를 드러내고야 마는 40대 중년 여성과는 달리 중년 남성들은 여전히 과묵해. 속내를 드러내기는커녕 들킬까 봐 전전긍긍하지. 40대로 접어드는 네 환경 역시 여느 40대와 다르지는 않았지. 사춘기에 접어드는 자녀, 연애 시절의 알콩달콩함은 잊은 아내, 거리감 생기는 친구들, 늙어가는 부모, 일에 찌들고 병들어가는 몸, 그날이 그날 같은 직장.

주어진 역할에 치이고 사회가 규정한 남자다움으로 인해 괴롭지만 어느새 거기에 익숙해져 버린 많은 이들을 봐왔어. 너 역시 그런 40대를 보내고 앞으로도 쭉 그렇게 살 수도 있었겠지.

하지만 넌 좀 다르더라.


네가 다르게 보이는 이유를 난 '변화를 대하는 자세'에서 찾았어.

너는 주변인들의 변화를 이해하려 애쓰고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더라. 관계의 변화, 세상 변화에 대해서는 호들갑 떨거나 두려워하거나 거부하는 법 없이 마주하더라.

'타인의 변화에는 관대하게, 내 세상의 변화에는 담대하게.'

책을 관통하는 주제라고 생각했어.

그 짐을 벗어던지고 나니 이제 좀 살 것 같다. 지인과 더욱 돈독한 관계를 맺고 남은 시간 내가 좋아하는 책을 읽으며 글 쓰는 시간이 행복하다. 굳이 애쓰지 않고 물 흐르듯 흘러가는 삶을 이제야 만났다. 이 길이 내 길이다 생각하며 천천히 걸어갈 생각이다.
'아싸'면 좀 어때. 세상 이리 편한 걸. 이 좋은 걸 왜 진작 몰랐을까.  (p28)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사람들이 꼰대로 나이 들어가는 이유는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인데, 어떻게 너는 그렇게 유연할까?

답은 '솔직함'이더라.

상대에게 솔직하게 털어놓기, 자신에게 솔직해지기, 그 모든 것을 솔직하게 글로 표현하기.

나의 분노 이면에는 아내에 대한 애정의 갈구가 있었다. (p121)
나는 아내의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살랑대는 그런 사람이었구나.  (p122)

아내에게 이 정도로 애정을 갈구하는 남편이라면 말 다했지. 이보다 더 솔직할 수가 있나. 하하.

이제 내 마음은 말랑거린다. 더는 감정을 숨기지도 않아도 되어서 좋다. 기쁘면 웃고, 슬프면 운다. 감정에 솔직한 '나'를 찾았다.  (p43)



책을 덮을 즈음, 난 답을 찾았어.

"로또에 당첨되어도 회사는 잘 다닐 거지?"라는 질문은 네가 네게 묻는 질문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앞으로 펼쳐질 삶에 다양한 변수가 도사리고 있을 테지만 그 어떤 것에도 일희일비하거나 부화뇌동하지 않는 삶을 살 자신, 있는 거지?"라는 질문에 넌 답했지.

애매한 나이 마흔을 지나고 있다. 마냥 힘들어하지도, 마냥 슬퍼하지도 않으면서 어깨 쭉 펴고 고개는 빳빳이 들고 당당하게.  (p263)


널 전혀 모르지만 우리 집에 사는, 아직은 40대인 남성을 보며 그가 너이고 너가 그라고 생각하며 읽었단다. 갱년기를 치열하게 보내는 그를 보며 나의 다른 브런치 계정으로 갱년기 남성에 대한 글을 쓰고 있던 터라 더 공감이 됐는지도 모르겠어.


너의 40대를 응원해~

당당하고 솔직하며 유연한 40대. 그래서 로또에 당첨되거나 말거나 늘 행복한 40대.

방구석 속마음 일기를 솔직하게 써 내려간 너에게 친근하고 솔직하게 내 감상을 전하고 싶어 반말로 편지 형식을 빌린 점, 너그러이 용서해주기를...




며칠 전 써두고 아이 때문에 경황이 없어 이제야 발행합니다...


일반적인 글로도 써보고 존댓말 편지로도 써봤으나

왜인지... 반말 편지 글이 입에 착착 붙어 그만 실배 작가님께 결례를 범했습니다...

초등학생들에게 독서감상문 쓰라고 할 때 지은이나 주인공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써도 된다고 하잖아요? 그게 생각났답니다. 그런 맥락으로 이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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