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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유정 Oct 23. 2019

D-100 프로젝트
< D-67 >

큰아이 학교의 작년 졸업생 중 문과 1등이었던 학생의 어머니께서 '후배 맘들과의 대화' 자리를 빌려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주셨다. 범접할 수 없는 수준의 뒷바라지에 괴리감을, 혹은 자괴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결론은 하나다.

내가 처한 상황에 맞게,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자는 것.

결국, 우리 아이들 그들의 몫이요 그들의 인생이라는 것.


아래는, 그분이 말씀하신 것을 정리한 것이다.

정답도 아니고 모두에게 맞는 최선의 방법도 아니라고 말씀하셨다.

판단과 결정은 각자의 몫이다.


< 2019 고등학교 맹모 육계명 > 

(자의적 제목이니 오해 없으시길..)


1. 환경을 바꿔줘라.

동기는 기질처럼 잘 바뀌지 않는다. 

공부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줘야 행동변화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① 고등학교 진학에 맞춰 학교와 가까운 아파트로 이사를 갔다. 기숙고등학교에 떨어진 상황이었기에 기숙사와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함이었다.

② 공부하는 공간과 자는 공간을 구분하고 거실과 공부방 모두를 학습공간으로 바꾸어주었다. 그러면서 독서실도 활용했다. 그때 그때 학습에 집중할 수 있는 곳 어디서든 공부할 수 있게 해준 것이다. 그럼 아빠는? TV와 침대가 있는 혼자만의 방을 만들어주었다. 

③ 고입과 동시에 스마트폰을 없앴다. 약간 불편해지겠지만 금방 적응된다. 전자레인지가 없어도 떡을 데워먹을 수 있는 방법은 있지 않은가? 대신 노트북을 하나 장만해주었다. 3학년 때 자소서 쓰는데도 꼭 필요한 물건이었다. 수업시간에 핸드폰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지만 필요 없는 경우가 더 많다.

④ 집집마다 상황에 맞춰 약간의 변화만이라도 주기를 권한다.

제 때에 따뜻한 밥 주기, 옷 깨끗하게 빨아 주기 등 엄마가 해줄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을 위해 매진했다.

고3 올라가면서 신경 써서 바꾼 것도 밥솥이었다.


2. 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

긍정의 말, 희망적인 말을 해라. 

'현역 SKY입성!'을 입에 달고 산 덕분에 좋은 결과를 얻었다.

다만 S를 말할 때 첫 자가 아니라 'SEOUL'이라고 다 말할걸 그랬다는 후회가 따른다... 서울대 대신 성균관대에 합격해 버렸다...ㅠㅠ  (결국 고대 갔다.)


3. 다니는 고등학교를 사랑해라.

일단 대지고에 배정받은 이상, 좋은 학교라고 생각하고 학교에 빨대를 꽂아 최대한 많은 꿀을 빨아먹어라.

욕하고 불평한다고 달라지는 일은 없다. 선택지도 없다. 그렇게 후회하고 욕만 할거라면 중학교 때 더 열심히 공부해 만족하는 학교에 갔었어야지... 

일단 정해진 것은 후회하지 말아라. 실패한 선택이 되지 않도록 열심히 하는 것만이 방법이다.


4. 엄마의 말이 '잔소리'가 아닌 '정보'가 되게 하라.

엄마가 말하는 것을 정보로 받아들이게 하려면 엄마가 공부를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아이의 중학교 진학과 함께 교육심리학과 석사과정에 입학했고 고등학교 진학과 함께 박사과정에 들어갔다. 엄마의 말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방법이 되었다.


5. 때로는 유별, 유난도 필요하다. 내 새끼에게는 다시 못 올 1년이니 유난 좀 떨자.

① 대형학원의 입시설명회를 챙겨라. 아이와 함께 데이트하는 기분으로 가도 좋다. 일타 강사를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도 되니 선택에 도움이 된다. 스스로 우물 안 개구리였음을 알 수 있는 계기도 된다.

입시 관련 카페에도 가입해라. 흩뿌려진 정보들 속에서 사금을 채취하듯 거르다 보면 금쪽같은 정보들이 떠오른다. 아이를 위해 놀고 있지 않은 엄마가 된 것 같은 만족감도 느낄 수 있다.

③ 수능 도시락 싸기는 미리 연습해라. 도시락통은 잘 열리는지, 보온은 잘 되는지, 반찬은 쉬지 않는지 등 체크할 것들이 있다. 점심시간이 도시락 싼 지 5시간 후 임을 감안해서 시뮬레이션을 여러 번 해보았다. 점심에 싼 도시락을 저녁에 열어보고 먹어보기를 수차례 반복했다. 적당한 도시락통을 만나기 위해 구입도 여러 개 했다.


6. 그 외에...

① 각 대학 홈페이지와 대교협의 '어디가'를 적극 활용해라.

선행학습 영향평가 결과보고서에는 면접 질문 등 다양한 입학 정보가 담겨있다. 

대학 '어디가'에 아이의 내신 성적을 입력하면 대학별 내신을 산출해주어 도움이 된다.

② 자소서는 아이가 편한 분, 믿는 분 한분과 준비해라. 고양이가 되든 토끼가 되든 하나로만 만들어져야 하는데, 이 사람 저 사람 거치다 보면 괴물이 된다.


도움이 되는 내용도 있었고 두 손 두 발 다 들어버린 대목도 있었지만, 최선을 다한 엄마의 마음만은 명징하다.

입시가 뭐라고 엄마들이 이렇게 절박하게 구는가 싶겠지만 이 역시 자연스러운 마음이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선배 어머님이 던져 주신 명언 하나.

"모든 고3 엄마들의 종교는 하나입니다. '샤머니즘' "


모든 엄마들의 종교는 하나다... '자식'

그들에게 때론 부담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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