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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유정 Oct 22. 2019

D-100 프로젝트
< D-68 >

사람은 '언젠가' 죽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 죽을 수 있다.( 키키 키린 )               

100일 후에 죽는다고 생각하고 살면 하루가, 세상이 달라 보일 것이다.


선택과 집중

일에만 적용되는 말이 아니다. 인간관계에서도 유효한 말이다.

한정된 나의 시간과 에너지를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나누어줄 수는 없다. 비인간적이고 인정머리 없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우선순위를 정할 수밖에 없다. 오히려 그게 더 인간적인 것 아닐는지...


주변을 보면 다양한 만남으로 새로운 인연을 맺고, 모르던 분야를 알게 되는 것을 기꺼운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이들은 늘 에너지가 넘쳐난다. 

나는 아니다. 

40이 넘으면서 점점 객쩍은 만남은 피하게 됐다. 한번 보고 만나지 않을 것 같은 사람들과 밥 먹고 차 마시는 것이 피곤한 일이 되었고 솔직히 말해, 시간이 너~~~~~무 아깝다. 학교 엄마들 모임이건, 일로 만나는 사이이건 상관없이 겉도는 얘기나 하면서 시간을 죽이는 일은 하고 싶지가 않다. 당연히 교외로 점심을 먹으러 간다거나 카페에서 몇 시간 앉아 수다 떠는 일이 거의 없다.


오늘은 오랜 인연의 좋은 사람들과 만났으니, 교외로 점심을 먹으러 갔고 야외에서 차를 마시며 몇 시간이고 수다를 떨었다. 날씨는 거들지 않았다. 날씨가 오늘의 주인공이었다.

남한산성의 유명한 한정식집에서 모인 이들은 작은아이 유치원 때 친구 엄마들이었다.

10년 넘은 사이이자 내가 기꺼이 시간과 에너지를 할애할 수 있는 인연이다. 맛있는 밥을 먹고 따뜻한 차를 마시며 시시콜콜한 이야기든 정치 이야기든 아무 얘기나 해도 시간이 아깝지 않은 사람들...


5명 중 3명은 암투병중이고(두 명은 항암치료를 끝냈다. 완치 판정만 남은 상황), 1명은 8년 전 남편과 사별했다. 이제는 서로 다른 동네로 뿔뿔이 흩어졌지만 여전히 서로의 아픔을 보듬어주고 이야기를 들어주며 아이들의 커가는 모습을 응원해주는 사이. 

서로 아무 말 않고 하늘만 바라보고 있는 'pause'의 시간도 어색하지 않은 사이.

'조국 수호'와 '조국 퇴진'으로 갈렸어도 싸우지 않는 사이.


소중한 인연은 소중히 다뤄주어야 한다. 

화분을 가꾸듯 주기적으로 물도 주고 영양제도 주고 분갈이도 해주어야 한다.

연락 오기만을 기다리지 말고 먼저 연락도 해야 하고, 아무리 바쁘더라도 상대방이 몇 시간씩 통화하고 싶어 할 땐 수화기를 잡고 있어주어야 한다. 

머릿속엔 해야 할 일들 리스트가 빼곡히 적혀있지만, 여유롭게 산길도 걷고 차도 마시며 객쩍은 이야기도 나누어야 한다. 


그렇게 소중한 시간을 보냈다. 

하늘도, 구름도, 단풍도, 사람도... 더할 나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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