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부대

전역까지 D-498

by 늘봄유정

너는 묻고 또 물었다.

"진짜? 39사단이라고? 진짜? 오! 마이! 갓!"

그것도 모자라 두 시간 만에 다시 전화를 해서는 "39사단이라고 한 거 맞지?"라며 재차 확인했지.


엄마는 요즘 입방정이 극에 달했다.

자대가 전방이었으면 좋겠다던 너에게, 부산 걸리면 진짜 사고라던 너에게 엄마는 말했지.

"왜? 부산 같은데 걸리면 핑계 낌에 우리가 여행도 가고 좋지?"

농담인 줄 알고 편하게 껄껄거리던 전화기 너머의 너는 몰랐겠지? 요즘, 엄마의 상상은 곧잘 현실이 된다는 것을...

그때 이미 엄마는 KTX를 타는 상상을 했단다. 상상 속에서 SRT도 탔고,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어딘가로 신나게 달리기도 했단다. 네가 원하는 서울, 수도권의 부대는 엄마 상상 속에 없었다는 이야기다.


오전에 문자로 전해진 부대 배치 결과를 보고 엄마는 폭풍 검색에 들어갔다.

네가 배치받은 39사단은 충무부대라고 불리며 함안이라는 곳에 위치해 있더구나. 창원에 있다가 2015년에 함안으로 이전했고 군부대라기보다는 대학 캠퍼스같다는 기사가 있더라.

"함안? 그 나비축제 열리는 데?"

"아니~ 그건 함평이고~ 함안! 함안! 창원이랑 진주 사이에 있네? 밑으로는 통영 거제가 있고."

"헐.... 예전에 창원에 다녀온 적이 있는데 가도 가도 집에 도착을 안 하던데... 울 아들이 가장 원치 않는 곳으로 배치받았구나..."

아빠는 엄마와의 통화가 끝나기 무섭게 지도를 펴서 자동차로 이동시 왕복시간과 대중교통 이동시 왕복시간을 조회해보더라.

"아빠가 했던 운전병이나 할 것이지 왜 그런 위험한 것을 했대... 좀 가까운데 떨어질 것이지... 왜 그렇게 먼데를..."

군대 다녀온 사람만이 아는 고충을 알지 못하는 엄마는 아빠의 푸념에 호응을 할 수가 없었단다.

"운전병? 그 재미없는 걸 왜 해~ 운전병 한다고 가까운데 되는 것도 아니고. 휴가 나온다고 할 때 내가 후딱 내려가서 데리고 올게~ ㅎㅎㅎ"


소중한 휴가 중 이틀은 길에서 보내야 하는 아들을 걱정 하는 아빠와 달리 엄마는 꿈에 부풀어 함안 근처 펜션을 알아봤단다. 백신 접종을 마치고 우리가 자주 면회 가면 되니 말이야. 양가 할머니들께 이 기쁜 소식을 알려드리며 우리가 여행을 갈 핑계가 생겼다고 좋아했지. 아마 이런 엄마를 봤다면 넌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혀 말문이 막혔겠지?

두 할머니의 반응이 궁금하지 않니? 두 분 다 똑같은 말씀을 하셨단다. 어디에 적어놓고 읽으시는 줄 알았어.

"에구... 왜 그렇게 먼데 떨어졌다니? 어째... 그런데 나 함안 한 번도 안 가봤다? 호재 덕에 함안 구경가게 생겼네? 하하하"


이미 결정된 것 어쩌겠니... 다음 주면 새로운 곳에 터를 잡고 1년 반 동안 정 붙이고 살아야 하니 얼른 '내 집이다~'라고 생각해야지. 기왕 갈 거 힘든 곳 가고 싶다고 했지만 맡은 임무가 빡세니 부대는 좀 덜 힘든 곳이어도 되지 않을까?

어느 소개글에서 보니까 북한 간첩들이 배 타고 침투하던 시절엔 그쪽으로도 들어오고 해서 전방 축에 속했대. 우리나라 해군력이 높아지는 바람에 후방으로 전락해버렸지만... 옛날에는... ㅋㅋ

그리고 제일 좋은 소식이 있어. 군인들이 제일 무서워하는 게 눈 내리는 겨울 아니겠니? 거긴 여름에 더운 게 흠이지만 대신 겨울에 눈은 별로 안 온대. 치워도 치워도 쌓여버리는 눈을 치우는 군생활과는 멀어진다는 얘기야. 인생사 새옹지마인 거지...


군대도 안 다녀온 엄마가 해줄 말은 아닌 줄 안다.

하지만 분명 너에게 최고의 부대로 기억될 무언가가 기다리고 있을 거야.

이 세상에서 가장 힘든 부대는 자신이 나온 부대라는 말이 있던데, 최고의 부대도 자신이 나온 부대 아닐까?

네 젊은 시절 최고의 경험을 주리라 믿어보자~ 그러기 위해 그곳에서 의미와 재미를 발견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기를...

엄마에겐 네가 있는 곳이 우리나라 최고의 부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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