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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유정 Oct 23. 2021

그래도, 좋다.

한달 전, 경기도교육청 홍보실에서 교육자원봉사에 대한 기사를 기획중이라며 글을 보내달라고 했다. 촉박한 시간문에 급하게 썼지만 작년과 올해의 교육자원봉사를 정리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잊고 있었는데, 지역 신문에 기사가 올라왔다는 소식이 들렸다. 내가 보내드린 우리팀 봉사자의 사진과 함께 교육자원봉사에 대한 일반적인 내용이 실렸다. 마지막에, 나의 실명과 인터뷰내용이 실렸다. 엄밀히 말하면 내가 보낸 글의 요약이었다. 살짝 실소가 나왔지만 이내 기뻤다. 교육자원봉사와 용인마을교사, 디베이트를 알릴 수 있는 작은 계기가 된 것은 맞으니 모든 목적을 달성한 셈이다.

아래 글은 홍보실에 보낸 원문이다.


<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가치를 전하는 일, 교육자원봉사  >

- 용인교육자원봉사센터 디베이트 마을교사 송유정

전 세계가 멈추었던 2020년. 1년은 세상이 달라지기에 충분한 시간이었습니다. 매일 등교하던 일상은 낯설어졌고 비대면이 그 틈을 채웠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집콕 생활로 사람들은 혼자 있는 게 편해졌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삶에 젖어들었습니다. 코로나 19는 단순한 전염병이 아니었습니다. 숨도 못 쉬고 눈도 못 뜨게 하는 최루가스였으며 옴짝달싹 못하게 만드는 저주였습니다. 교육자원봉사자들 역시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가던 길을 잠시 멈출 수밖에 없었습니다. '교육'과 '성장'이라는 가치보다 '생명'과 '안전'의 가치가 중요했으니까요.


작년과 변함없던 2021년이었지만 교육자원봉사센터는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봉사 준비를 위한 스터디를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구체적인 봉사 계획을 세웠지요. 모든 것이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확실한 것이 하나 있다면 '준비된 자에게만 기회가 온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활동하고 있는 디베이트 교육자원봉사팀은 올 한 해 봉사 테마를  < 디베이트로 준비하는 슬기로운 코로나 생활 >로 잡고 <코로나 19는 종식될 수 있다>,  <한국은 기본소득제를 실시해야 한다>라는 두 개의 논제를 선정했습니다. 학생들도 인류가 직면한 상황과 그에 따른 문제에 대해 객관적이고 구체적으로 알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다소 어럽게 느껴질 수 있는 주제였기 때문에 저를 비롯한 봉사자들은 'OX퀴즈, 교실 속 기본소득 실험'등의 다양한 활동을 준비했습니다.


다행히 4개월간의 준비는 헛되지 않았습니다. 5월 초부터 7월 초까지 3개 초등학교와 1개 고등학교, 총 440여 명에 달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120시간의 교육자원봉사를 실시한 것입니다. 불가능할 줄 알았지만 철저한 방역 수칙 준수와 꼼꼼한 수업 준비로 가능했습니다.


한 학급당 2차시씩 총 4회의 수업을 했습니다. 학생들은 디베이트라는 낯선 토론 형식과 함께 코로나 바이러스와 기본소득제라는 산까지 넘어야 했습니다. 버거워하는 친구도 있었고 무관심한 친구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경험해보지 못한 토론과 주제를 반겼습니다. 모둠활동과 자리 이동이 제한된 상황이 지속되면서 학생들은 그리워했습니다. 친구들과 교류하는 역동적인 수업을 말이죠. 디베이트 수업은 학생들의 소통을 향한 갈증을 해소해 주었습니다. 또한 학생들이 평소 생각해보지 못한 주제에 대해 고민하게 함으로써 지적 만족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이는 저희 디베이트 마을교사팀이 교육자원봉사가 끝난 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자체 설문조사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교육자원봉사캠프가 학교 공부에 도움이 될 것 같나요?"라는 질문에 69.1%의 학생들이 '조금 도움이 될 것 같다, 매우 도움이 될 것 같다'에 답했습니다. "이번 캠프에 얼마나 만족하나요?"라는 질문에는 65.8%가 '만족, 매우 만족'을 선택했습니다.

"친구들과 다 같이 활동하는 시간을 가져서 재미있었다.", "시간이 적고 다양한 역할을 하지 못했지만 디베이트라는 것을 알게 되고 경험해본 것이 좋았다.", "처음 할 때는 ‘아 토론하기 싫은데...’라고 생각했지만 디베이트를 하면서 친구들과 가까워지고 말하는 능력이 높아진 것 같고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등의 자유 의견을 보며 학생들에게 교육자원봉사가 소중한 가치를 전해주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리두기, 격리, 단절'만이 살길이라고 외쳤던 1년이 흐르고 우리는 다시 '소통, 협력, 연대'를 되찾자고 합니다. 코로나 19를 이겨내는 법은 얼굴 맞대고 소통하며 두 손 맞잡아 협력과 연대를 하는 것입니다. 디베이트로 소통하고 자원봉사로 협력과 연대를 꾀했던 교육자원봉사활동이 코로나19를 극복하는데 작은 힘이 되었다고 믿습니다.


이제 2학기 봉사를 준비합니다.

교육자원봉사 캠프가 학교 공부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던 12%의 학생들과 캠프에 불만족했던 6.6% 의 학생들에게도 코로나19를 극복할 수 있는 '소통'과 '연대'의 가치를 전해줄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http://www.joongboo.com/news/articleView.html?idxno=363508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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