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역사를 쓰는 자

전역까지 D-480

by 늘봄유정

"오늘은 레펠 훈련을 했는데, 생각보다 별로 안 무서워."

"오늘은 사격 훈련을 했어. 소총 영점 맞추고 권총 사격도 하고. 오늘 하루 동안만 100발을 쐈어."

"이번 파견 훈련 갈 때 특임 대장님도 같이 가시는데, 훈련에서 60점 이상 나오면 수료증에 대테러 자격증까지 준대. 초급반 자격증 있으면 전문과정 교육도 갈 수 있는데, 그건 간부들도 못 간대. 내가 가서 자격증 따오면 전군 최초야."

"(내가) 역사를 쓰고 있대. 대장님이 그랬어. ㅋㅋㅋ"


네 톡을 볼 때마다 달뜬 네 얼굴이 자동으로 떠오르는구나.

일과 후 휴대폰 사용시간, 가족 톡방에 전하는 너의 일과는 꽤 흥미진진하다. 사격한 이야기, 훈련한 이야기, 다음 주면 가게 될 파견 훈련에 대한 기대...

네가 던져준 화두 덕에 우리 가족도 대화가 넘쳐난단다.

"네 형은 이미 배그(배틀 그라운드)의 주인공이 됐다. ㅋㅋ 그렇게 게임을 하더니 실사판 속으로 들어간 거잖아. 소원 이루었네. 하하"

"난 형은 전혀 그러지 않을 줄 알았거든? 군대에서 뭐했다, 뭐했다 막 흥분하고 그러지 않을 줄 알았는데... 군대 가면 다 그렇게 되나 봐. 하하"

"100발을 쐈다고? 많이 쐈네... 물론 난 그것보다 훨씬 많이 쐈지만 말이야. 하하하"


'전군 최초'라는 타이틀에 꽂혀 매 훈련에 진심을 다하는 네 모습이 엄마 눈에는 너무 귀여워 보인다. 훈련과 체력단련은 힘들다며 다치지 않을 만큼만 열심히 하겠다면서도 군부심이 가득 차올라 매일의 생활에 집중하고 있는 네가 대견하단다.


네 말대로, 다치기 전까지만 최선을 다해서 '전군 최초'의 역사를 쓰고 제대하기를 기원한다.

동시에, 네 모든 말 한마디 경험 하나하나가 엄마에게도, 우리 가족에게도 새로운 역사임을 기억해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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