뭣이 중하냐면...

by 늘봄유정

최근 고3 아이를 둔 어머니 몇 분과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수시 원서를 쓰고 수능을 40여 일 앞둔 시점, 후배 엄마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를 물었지요.

"외부 컨설팅보다는 학교 선생님과 긴밀히 협조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뭐니 뭐니 해도 교과 성적이 제일 중요하더라고요. 괜히 이것저것 챙기느라 시간 뺏기느니 공부나 시킬걸 하는 후회가 들었어요."

"아이가 선생님에게 적극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선생님이 먼저 나서서 그 많은 아이들을 챙길 수는 없으니까요."


각자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다양한 이야기가 오가는 가운데, 그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공통 조언이 있었으니 바로 '아이와의 관계'였습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제일 중요한 건 아이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거더라고요. 원서 쓰고 자소서, 면접 준비하느라 정신없는 와중에 아이와 틀어져서 며칠 동안 아이가 입 닫고 있게 되면 다 끝이거든요. 당장 뭘 해야 하는데 문 닫고 방에 들어앉아 있으면 엄마 속만 타고 참 답답해요. 좋은 말만 해주고 맛있는 것 해주면서 좋은 관계 유지하는 것만 신경 쓰셔요~"

입시를 치르며 엄마들이 깨달은 것은, '대치동의 학원이 최고라거나 어느 문제집을 풀려야 합격한다' 따위가 아니었습니다. 공부도 본인이 알아서 해야 하고 생기부 관리도 본인이 하기 나름이니 엄마가 해줄 수 있는 일은 아이가 긍정적이고 안정된 정서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자는 것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잔소리하지 말고 응원해주기.


집으로 돌아와 작은 아이에게 들은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난 엄마랑 그럴 일은 없으니 다행이네."

아이가 던진 한마디에 심쿵!

"진짜? 우린, 관계 괜찮나?"

"나쁘지 않지. 엄마 때문에 힘들고 그러지 않은데?"

"다행이다.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니... 앞으로도 고기나 열심히 구울께. 하하하"


워낙 어려서부터 엄마 눈치 보는 거에 능한 아이라 엄마가 원하는 답을 미리 헤아려, 듣기 좋으라고 마음 편하라고 해준 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왜 엄마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가 없겠습니까, 마는....


다행입니다. 걱정했거든요.

지난여름 아이를 힘들게 했던 대상포진의 원인이, 저였을까 봐요.

다행입니다. 고민했거든요.

지금까지 해온 잔소리마저도 끊어야 할까 봐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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