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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유정 Oct 27. 2019

D-100 프로젝트
< D-63 >

사람은 '언젠가' 죽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 죽을 수 있다.( 키키 키린 )               

100일 후에 죽는다고 생각하고 살면 하루가, 세상이 달라 보일 것이다.


"Run! Forrest, Run!"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서 주인공은 사랑하는 여인이었던 '제니'가 떠나버린 후 허망해진 마음을 달래기 위해 달리기 시작한다. 그저 뛰고 싶단 생각으로 무작정 달리기 시작했만 그 모습에 영감과 용기를 얻은 많은 이들이 포레스트의 따라 달리기 시작한다.

남편의 인생 영화다.


영화 때문이었는지, 가장 돈이 적게 들고 몸뚱이 하나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운동이라 그랬는지, 남편이 선택한 취미생활은 '마라톤'이었다. 3년 전쯤부터 시작해 작년과 올봄에는 10km 대회를 나가더니 오늘 춘천마라톤에서는 호기롭게 하프를 신청했다.

심각해진 목디스크와 부족한 연습이 걱정되어 만류했지만 "준비는 끝났어!"라는 말을 남기고 새벽차를 타고 떠났다. 새로운 기록에 도전하는 등의 거창한 목표를 위해서가 아니라 'FINISHER'가 되는 게 목표라고 했다.


10시 출발 후 2시간 반 만에 받은 사진에는 완주메달이 담겨있었다. 왈칵 눈물이 났다.

남편의 마라톤에는 삶의 치열함이 묻어있어 슬프다.

목표대로 'finisher'가 되었다.

세상에 자신의 뜻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고 느끼는 중년 남자가 자신의 몸뚱이와 의지만으로 이룰 수 있는 일을 만났다는 것.

머릿속이 진도 10의 지진이 일어난 것만큼 복잡하고 힘들어도 달리는 순간만큼은 평온할 수 있었다는 것.

열심히 달리고 난 후 달라진 자신을 마주했다는 것.

작은 성공의 경험이 쌓여 긴 인생의 'finisher'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된 것.


남편이 달리러 나갈 때마다

"아이고~~ 우리 하니, 또 달리러 가니?"라고 농담을 던졌다.

그러면 남편이 답한다.

"엄마! 난 달릴 거예요~~"

남편의 달리기는 포레스트보다는 하니를 닮았다고 느꼈다.

왠지 달릴 때 눈 옆으로 눈물이 흩뿌려질 것 같았다.

외로운 달리기...


문득,

그의 달리기를 '포레스트의 달리기'로 만들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달리기에 영감을 얻고 용기를 얻은 추종자가 되어주리라.

언젠가 'Monument Valley'에도 가서 함께 달려주리라.

20년 전 함께 여행 갔던 곳.

앞만 보고 달리던 포레스트가 갑자기 멈춰 서서 지쳤다며 달리기를 멈췄던 그곳.


인생의 Finisher가 될 때까지 함께 달려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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